2008년 9월 20일 토요일

위키피디아 자료를 인용해 망신살 뻗친 영국기자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실린 자료가 모두 정확한 것만은 아닙니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면 응당 바로 잡아야 하는 것 또한 web 2.0이 지향하는 참여자로서의 역할입니다. 수준높은 자료로 인정받고,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용자도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겠지요.

올해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위키피디어에 등록되어 있는 자료 9개를 조사해 본 결과 8개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됬고, 그 중 2개의 자료에서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브리태니커나 기타 백과사전들은 95-96%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는 80%에 그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거나 또는 근거도 없는 정보를 입력하는 소수의 사용자들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Knol은 익명성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향후 어떠한 판도변화를 가져올 지 기대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위키피디어에 수록되어 있는 정보를 공식자료로 인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지난 18일, 영국 데일리 미러紙의 한 기자가 위키피디어에 있는 정보를 그대로 믿고 기사에 인용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9월 18일에는 영국의 Manchester City 팀과 키프로스(Cyprus)의 Omonia Nicosia 팀간 UEFA컵 축구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David Anderson이라는 데일리 미러의 기자가 자신의 기사(오프라인, 온라인)에서 Omonia팀을 짤막하게 소개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빨간색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은 위키피디어의 AC Omnia에 관한 자료에 있는 것을 부분적으로 인용하여 옮겨 쓴 것입니다.

A small but loyal group of fans are lovingly called "The Zany Ones" - they like to wear hats made from discarded shoes and have a song about a little potato. - 위키피디어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충실한 팬들은 "The Zany Ones"라 불리며, 버려진 신발로 만든 모자를 쓰고 다니고 작은 감자를 노래한 (축구팀의) 주제가가 있다.

※ 의역, 오역있음

사실 기사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경기가 있기 몇 주 전, godspants라는 익명의 사용자가 임의로 삽입한 내용으로서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Anderson은 이 거짓 정보를 자국의 대중 일간지에 인용함으로 인해 게으른 기자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확인도 하지않은 채 위키피디어에 수록된 정보를 그대로 믿은 저널리스트의 말로라고나 할까요. godspants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앞으로는 위키피디어의 자료 모두를 신뢰하지는 말라며 비꼬는 듯한 말투를 섞어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이 사실을 미러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 신문에 똑같은 기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대로이니 말입니다.

비단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아마 우리나라에도 은연중에 위키피디어의 자료를 인용하는 매체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데일리 미러가 영국에서 그리 좋은 평은 듣지 못하고 있는 신문이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한 네티즌에 의해 농락당했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하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분들, 찌라시 신문의 개념없는 기자라는 이야기를 듣기 싫다면 앞으로 정보의 사실확인은 반드시 하기 바랍니다.



댓글 9개:

  1. 중앙일보에서 우정은 교수를 우장춘 박사의 딸로 소개한 것도 위키를 너무 믿은 결과였죠 -_-;;

    답글삭제
  2. @kini - 2008/09/20 21:05
    소위 대한민국 3대 일간지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위 사례로 인해 영국 찌라시 대중일간지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어서 기분은 좋겠습니다, 중앙일보는.

    답글삭제
  3. 문제는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이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닐까요?

    세상에 100% 신뢰할수 있는 소스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검증되기 전에는 믿을수 없다는 비판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위키백과에 그렇게 되있었어." "브리태니커에 그렇게 되있었어." "어제 뉴스에 그렇게 나왔어."

    이런건 기본적으로 에러라는거죠..

    답글삭제
  4.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이와 유사한 문제로) 사전 조사가 필요할 때가 가끔 있더라구요. ^^;

    답글삭제
  5. 이런 사실을 왜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는지.. 헉

    정보 잘보고 갑니다~~

    답글삭제
  6. 디시인사이드 철도갤러리에서도 위키피디아의 문구를 인용하면 못믿겠다며 손사래치는 갤러들이 많죠..



    저도 못믿어서 두산백과나 브리태니커를 사용한답니다 'ㅅ'

    답글삭제
  7. @Joshua.J - 2009/06/08 16:57
    아, 그런가요? 저는 디시인사이드 잘 안 가봐서..ㅎㅎ

    그곳에 수준이 대단한가 봅니다. : )

    답글삭제
  8. @윤초딩 - 2009/06/08 13:27
    이제 아셨잖아요. ㅎㅎ 저도 윤초딩님처럼 알게됐는걸요. : )

    답글삭제
  9. @회색웃음 - 2009/06/08 12:50
    저도 위키피디아랑 다른 곳을 비교하면서 본답니다. :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