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일 화요일

선인장은 총기, 마약 다음가는 밀수품목

Saguaro 선인장. image by jonkeegan (flickr.com/photos/jonkeegan)

어릴 적, 어머니가 화초 가꾸는 것을 좋아하신 덕택에 거실의 약 1/3은 화분이 차지하고 있었고, 겨울이 되면 발코니에 있던 화분들까지 들여 와 집 분위기는 마치 정글을 방불케 했습니다. 그 중에 제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선인장. 서너 종류의 크고 작은 선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재수가 없었는지 장난치다 선인장 화분을 건드리게 되었고, 동그랗고 조그만 선인장이 제 손목으로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선인장의 하얀색 가시는 작고 부드럽지만 아주 촘촘히 나 있었기 때문에 일단 박히게 되면 하얀 털이 난 것 마냥 무수히 박힙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저는 선인장이란 식물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인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 되나 봅니다. 희귀 선인장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황무지에서 양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는 선인장들을 뿌리채 뽑아 밀수하는 밀수꾼과 관광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밀반출되는 품목은 마약과 총기류, 그 다음이 야생 동·식물이며, 선인장은 그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타임紙에 의하면 이 선인장들은 주로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체코일본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그럼 이 지역의 선인장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전 세계 희귀종을 모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수집가들과 peyote라는 선인장에서 환각물질을 추출하려는 사람들. 특히 이런 수집가들은 화훼유통시설같은 곳에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기 보다는 직접 이 지역에 와서 희귀한 선인장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뽑은 다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집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The downside is that this is a world some people have a sense of greed, a need for personal acquisition. 부정적인 측면은 이곳이 욕심을 가진 자들과 개인 취득물을 원하는 자들의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 Dick Wiedhopf, 미국 선인장/다육식물 협회 Tucson 지부장

제가 또 싫어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동물원입니다. 자연과 함께 멀쩡히 생활하고 있던 동물을 옮겨와 가둬놓고, 창살 너머로 구경하자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일까요? 그렇다고 제가 동물보호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한평생을 우리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가 불쌍하게 느낀 나머지 언제부턴가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을 뿐입니다. 선인장과 동물원의 동물 사이에는 공교롭게도 인간의 욕망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군요. 아마도 그들은 우리가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존재해야만 하는 인간의 노리갯감에 불과한가 봅니다.

Source: Time Magazine



댓글 8개:

  1. 동물원의 태생이 원래 유럽 왕족들 정원에 동물 가둬놓고 보던 것을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자본주의가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귀족들이 누리던 것을 평민도 함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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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음흐흐흐 드디어 오들리님도 시니시즘에 발을 내딛으셨군요.

    사실 세상을 시니컬하게 쳐다보자니 삐뚤어진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서 말이에요. 제가 삐뚤어지게 쳐다보는 게 잘못된 걸까요. 세상이 삐뚤어진게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세상이 삐뚤어졌다고 제가 삐뚤어지게 생각하게 만든 세상이 잘못된 걸까요? (겔겔겔. 뭐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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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 2008/09/02 21:27
    공공서비스라...항상 유럽이 문제군요. ^^ 자본주의 만쉐이!

    말씀 듣고보니 제가 원래 귀족태생이라 동물원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을 좋지않은 시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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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uud - 2008/09/02 22:51
    제가 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30도 정도 비뚤어져 있습니다.

    약드실 시간...아니 주무실 시간이 되셨나 보군요. 지금같은 현상엔 잠이 최고입니다. 푹 주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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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Odlinuf - 2008/09/02 23:38
    잠 보다는, 배가 고파서 그런걸지도.. (흠흠)

    30도라, 전 얼마나 될까나요. 29.94124도?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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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uud - 2008/09/02 22:51
    아직도 안주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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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동물원에 가보면 비좁은 창살 우리에 동물들이 갖혀지내고 학대받는 듯이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동물들은 지속적인 관찰과 보살핌으로 자연상태에 있을때 보다 훨씬 장수합니다.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이들을 보호하려면 결국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것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될 수도 있구요.

    또한 동물원에서 개체수 복원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희귀 멸종 위험 동물들도 많습니다.

    동물원에서의 연구를 통해 생활습성이나 보존방법을 알아낸 경우도 많고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동물원이라면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아마 동물원이 없었다면 더 많은 희귀동물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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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쿠르스 - 2009/01/14 15:32
    만약 저나 쿠르스님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10평 남짓한 우리에만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따뜻하고 과학적인 보살핌 속에 10년 수명이 10년 더 연장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요? 말씀처럼 인간이 동물 보호를 위해 그렇게 애쓰는데, 왜 기본적인 문제는 간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비과학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저는 지구상의 모든 걸 인간이 보호해야 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도태될건 도태되야죠. 물론 자연의 범칙이라는 범주 내에서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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