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며느리도 모르는 프랑스식 볼키스 횟수

Faire la bise

프랑스 어로 'bise', 영어로는 'kiss', 우리 말은 '뽀뽀' 또는 '입맞춤'. 전 세계적으로 이 뽀뽀의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간에 혹은 귀여운 어린 아이에게 애정의 표시로써 주로 행해지며,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도 가끔 사용되지요. 우리가 아는 뽀뽀는 입을 상대방의 볼이나 입에 갖다 대는 것이지만, 볼과 볼을 맞대어 친근감을 표시하는 일명 '볼 맞춤'은 서구 여러 나라에서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입니다. ※ 별다른 우리 말이 없어 '볼 맞춤'으로 표기합니다.

약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온 여자 아이와 어떤 곳을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나절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지하철 정거장에서 헤어질 무렵에 제가 악수를 청했는데 이 친구가 느닷없이 얼굴을 제쪽으로 들이 미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제가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혼미한 상태에서 한 번 볼을 마주친 다음 '아 올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이내 정신을 차린 뒤, 저도 기분좋게 반대쪽 볼을 그녀의 볼에 가볍게 갖다 댔습니다. 기분도 묘했지만 우선 친근감이 물씬 풍겨오더군요.

저처럼 볼 맞춤은 양 볼에 한 번씩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볼 맞춤에 원칙이란 없습니다. 볼 맞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조차 지역이나 사회 계층, 연령대에 따라 키스의 횟수가 다르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도 몇 번 뽀뽀하는 게 옳은 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Gilles Debunne이란 프랑스 인이 Combien de bises(뽀뽀는 몇 번이나)?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몇 회의 키스가 적절한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북부에서는 뽀뽀를 4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프랑스 남부는 뽀뽀를 2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지도에서 보여지는 색이 그 지역에서 행해지는 뽀뽀횟수를 정확하게 표현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래 파리의 경우처럼 투표한 3,141명 중 76%가 볼 맞춤을 두 번 한다고 대답했지만, 나머지 24%의 사람들 중에는 한 번, 많게는 다섯 번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각 지역별 색이 표현하는 것은 대표 볼 맞춤 횟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볼 맞춤 횟수는 며느리도 몰라."

영국의 타임즈는 지난 12월 이와 관련된 기사에서 "볼 맞춤은 같은 연배의 친구나 가족 간에 행해지며 여성이라면 상관없지만, 남성끼리는 매우 친하지 않거나 가족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라고 프랑스 한 Beauty School 원장의 말을 빌려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이 프랑스인 집에 초대받았을 경우 도착했을 때 악수를 나눈 다음, 그 집을 나설 때 볼 맞춤을 하는 분위기더라도 일단 악수만 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 지 관찰하는 것이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무턱대고 얼굴을 내밀었다간 망신을 당하거나 예의없는 외국인이라는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얼굴을 내밀었는데 꼿꼿이 서 있거나 악수만 한다해도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볼 맞춤을 하게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면, 그냥 내 얼굴을 맡긴다 생각하시고 상대방이 하는대로 행동하면 무난하리라 생각합니다. 단, 입술을 대는 것은 금물.

이 글을 작성하면서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나 하고 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봤더니, 몇 달만에 만난 친구들에겐 평범한 악수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친한 친구들은 등을 두드리며 껴안아 준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하시나요?

추1. 타임즈 기사에 의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우 친한 친구나 가족이 아니면 볼 맞춤을 하지 않는다는데, 그 때 그 이탈리아 여자아이가 혹시 나에게...? -_-
추2.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과연 입맞춤이란 것이 있었을까요?




댓글 10개:

  1. 좋은 문화는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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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까먹지마 - 2008/09/25 14:36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왠지 이상하게 변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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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저는 프랑스를 제일 좋아합니다.그사람들의 엄청난 가치관.....

    음...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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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ㅋㅋㅋ "남성끼리는 매우 친하지 않거나 가족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선 저런 경험을 아직 해본적이 없는 데 말입니다...

    이래서 조기유학은 유럽으로 보내야 하는 건가요? (/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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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uuu - 2008/09/25 20:57
    저도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만, 특히 그 나라의 엄격한 자국어보존 감독 시스템을 좋아합니다. ^^

    재미있게 보셨다니 luuu님 덕분에 보람을 느낍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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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uud - 2008/09/25 22:17
    어떤 경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남성끼리 볼 맞추는거? 아님 볼 맞춤 그 자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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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볼 입맞춤같은 스킨쉽 좋은거 같아요.

    근데 원하지 않는 사람과 해야할때는 완전 곤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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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별헤는밤* - 2008/09/26 13:06
    그런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한국사람에겐 아주 색다른 경험이죠. ㅎㅎ

    원하지 않더라도 친한 척 해야하는 사람과 해야할 경우엔..음...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겠군요. 인내심을 기른다고 생각해야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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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빠리에선 거의 양쪽을 번갈아 두번 지방에선 한 번 씩 하는 것 같고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양쪽에 한 번 씩 하는 것 같더군요. 처음엔 좀 쑥스럽지만 익숙해지면 그냥 어깨 툭툭 치는 인사 처럼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러워져요. 그래도 좀 번거롭긴 하더군요. 잘 아는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 헤어질 땐 거기 있는 모두와 차례로 인사하느라 다들 분주하거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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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uud - 2008/09/25 22:17
    남성끼리는 호모인 경우엔 보통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악수를 하구요.

    남녀가 처음만나는 경우라도 친구소개등으로 파티등에서 만날때는 남녀끼리는 비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쥬를 하면서 자기이름을 말하죠.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비쥬의 횟수가 늘죠.

    남불이나 스페인쪽으로 가면 보통 2-4번정도가 늘어납니다.

    가족이나 어린이들에게 남녀구별없이 보통 비쥬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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