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3일 월요일

피터지게 싸우는 볼리비아 사람들 - Tinku Festival

얼마 전 우리나라와 동광 탐사 및 개발 합작계약을 맺은 바 있는 남미의 볼리비아세계 '최고'의 지리적 요소가 많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La Paz, 해발 3,632m. 공식 수도는 Sucre),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Titicaca, 해발 3,812m, 페루 국경지역),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 우유니(Uyuni, 12,000㎢),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 있다는 융가스(Yungas)계곡 등 볼리비아는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남미의 티벳'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남미 5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전쟁으로 국토 일부를 빼앗기는 등 우리나라처럼 역사적으로 아픔이 많은 나라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벨기에의 Krakelingen 축제스페인의 San Antolin 축제에서 동물이 그 주인공이었다면 볼리비아의 Tinku Festival의 주인공은 사람입니다. Tinku Festival에도 물론 술과 음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타 축제와 다를 바 없죠. 아, 일단 'Tinku'의 사전적 의미부터 점검해야겠습니다. 'Tinku(틴쿠?)'는...지금 생각하니 우리말의 '친구'와 발음이 비슷합니다. 오~~의미도 연관이 있습니다!! ㅡㅡ;;; 'Tinku'는 현지어로 '만남, 조우'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만남 축제'라니 참으로 정겨운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축제를 Oddly Enough에서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한 만남의 형식때문입니다. Tinku 축제는 Potosi Macha 지역 주민들이 참가하며, 보통 5월 초에 시작해서 약 3일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축제기간 중 가장 상징적인 행사는 부족들 간의 '주먹다짐 의식'으로써, 마치 격투기를 하듯 두사람이 말 그대로 피를 볼 때까지 싸우는 일종의 종교적인 의식에서 기원한 '이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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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Juan Karita (AP)


이 행사의 기원은 스페인이 남미를 정복하기 이전인, 약 6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안데스 산맥을 중심에 거주하던 토착민들이 사람의 피를 지신(地神)에게 바치면 다음 해의 풍년이 보장된다고 여겨 이 같은 의식을 시작했고, 현재는 Potosi, Macha지방에서만 행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피는 이 지역에 더 많은 곡식을 가져다 준다고 믿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는 사람들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볼리비아 경찰이 이 행사를 감독하고 있지만, 사망사고가 더러 발생하는 해도 있다고 합니다. 비단 볼리비아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과거 신을 절대적으로 섬기던 사람들이 부족의 번성함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라면 죽음인들 무서워 했겠습니까.

주먹다짐은 주로 서로다른 친족들 간에 행사에 앞서 미리 정해진 사람들끼리 조를 편성해 이루어지고, 이 '경기'들은 남녀노소 모두 구경할 수 있습니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이 곳에서도 통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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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Juan Karita (AP)


한 인류학자는 Tinku 축제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싸움이라기보다 그 이상을 상징한다고 전하기도 합니다. 즉, 이 싸움은 한 부족이 수확한 농작물이나 농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고, 풍년을 가져다 줄 수도 있으며, 때로는 결혼 적령기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Tinku 축제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웃마을 처자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있는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지 않을까요?

약 600년 동안 매년 행해져 왔던 이 연례행사가 이방인들에겐 신기해 보이고, 때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며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들에게 있어 Tinku Fesival은 농사를 짓는 일 만큼이나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한편, 볼리비아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Evo Morales는 볼리비아의 토착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 정치조직을 앞세워 Tinku 축제처럼 절멸위기에 처한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댓글 4개:

  1. 아...저 반영있는 우유니...



    제가 갔을땐 말라 비틀어졌었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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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치군 - 2008/06/23 17:24
    그러게 날짜를 맞춰서 갔었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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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워..

    여자들 싸우는 사진 보고 좀 웃어버렸어욯ㅎㅎ;;;;;



    거위축제보다는 낫네요. 적어도 서로 죽이진 않으니...<-

    거기다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일이니까요^^



    근데 정말 잼나고 신기한 축제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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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ay - 2008/06/23 22:18
    거위가 기억에 많이 남으셨나봐요. ^^



    레이님 버거처럼 저도 요즘 축제에 삘받아서 ㅋㅋ 한 두세개 더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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