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6일 월요일

거위 수난의 날 - 스페인 San Antolin Festival


매년 9월이 되면, 스페인 북부 해안가의 한 마을 Lekeitio에서는 1일부터 8일까지 약 일주일에 걸쳐 San Antolin Festival이 열립니다. 이 축제에서는 퍼레이드와 음식경연, 콘서트 등등의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는데, 보통 축제가 그러하듯이 San Antolin 축제도 중반을 넘어가면서 절정으로 치닫게 되고, 그 정점에서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엔 약간은 oddly enough한 대회가 펼쳐집니다. "Antzar Eguna - Day of Geese - 거위들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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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Jorlo (flickr.com/photos/jorlo)



거위들의 그냥 '날'이 아니라 이 날은 거위가 수난의 대상이 되는 날입니다. Antzar Eguna라고 불리는 이 경기는 보통 9월 5일, 바다와 육지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바다에서 열리는 경기 방식을 중점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팀간 보트경주의 일환으로 이 행사가 치러지게 되는데, 일단 부두와 배의 돛에 긴 줄을 묶어 연결해 놓습니다. 그런 다음, 이 날의 주인공인 죽은 거위를 줄 가운데쯤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한 채 매답니다. 각 팀은 노를 젓는 사람들거위와 사투(?)를 벌일 한 사람을 선발하고, 팀원들이 보트를 타고 거위가 매달려 있는 근처까지 노를 저어 다가가면, 나머지 이 한 사람이 배에서 뛰어 올라 거위를 붙잡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거위의 목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후 양쪽에 줄을 잡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매달린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있는 힘껏 줄을 흔들어 댑니다. 이 경기의 관건은 매달린 사람이 거위의 목을 최단시간 내에 떼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ㅎㄷㄷㄷㄷㄷ 살벌한 축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위 머리를 더 많이 떼어내는 팀이 이긴다는 얘기도 있지만 조사해본 바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OE1)


육지에서 펼쳐지는 경기의 방식은 이와 비슷하지만, 참가자가 을 타고 거위를 향해 달려간다고 합니다. 참고로 경기가 더 어렵게 진행되기 위해 거위의 몸에 윤활유(grease)를 바릅니다. 또한, 몇 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경기에서는 살아있는 거위를 줄에 매달았었고 최근에는 AI(Avian Influenza, 조류독감)로 인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짝퉁 거위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잔인한 것 아니냐며 모두 의아해 하셨겠죠. 예상하셨겠지만, 이 대회도 동물애호가들의 반대가 심하다고 합니다.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벨기에의 Geraardsbergen 마을 사람들이 Krakelingen 축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처럼 San Antolin 축제측도 이 대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역사가 350년이나 되는데 그들이 쉽게 포기하리라고 보진 않습니다.

OE1. Antzar Eguna경기는 보트경주의 한 부분입니다. 일종의 장애물인 셈이죠. 다수의 거위 머리를 획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경주의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따라서 단시간 내에 거위 머리를 떼어내면 기다리던 보트가 다시 경주를 시작하는 그런 방식인 것으로 추측합니다.




댓글 9개:

  1. 정말 이색적인 대회군요...



    Odlinuf 님 블로그엔 세계의 견문을 넓힐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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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악 징그러 ㅠㅠ ㅠㅠ

    너무들 하네요 진짜..



    누가 자기네들 걸어놓고 목떼가기 대회하면 좋을런지!

    좀 역지사지해봤음 좋겠어요.

    그냥 한낱 새라고 우습게 여기는 건가..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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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런것만 보면..



    다 가고 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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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우개닷컴 - 2008/06/17 01:44
    차근차근 같이 넓혀 가시죠.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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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Ray - 2008/06/17 01:57
    역지사지...흑흑..너무 징그러웠나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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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치군 - 2008/06/17 11:18
    김치군님...어련하시겠어요. ㅋㅋ 경비는 둘째치고 도대체 그 시간은 어디서 생겨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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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치군 - 2008/06/17 12:58
    아....아하하 그렇군요. ㅜㅠ 탈출하셔야죠 그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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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rackback from: 백조도 아닌것이
    한가한 호수에 유유히 나아가는 거위. 실록이 가득한 초하의 호숫가를 산책했다. 숲속 한켠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잔뜩 폼잡고 나오는 아름다운 백조? 하여튼 호수를 향해서 멋지게 헤엄치고 나온다. 저것이 백조인지 오리인지 잘모르기 때문에 근사한 모습만 보고 백조인줄 알았다.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거위라고 한다. 거위 이거나 백조 이거나 아름답고 도도한 모습이 달라진건 아닌데 갑자기 그 모습이 초라해 지는것 같다. 백조는 우아하고 거위는 우아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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