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일 월요일

62년만에 처음 만난 펜팔친구 사연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편지를 주고받는 펜팔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다. 종이에 글을 써서 편지 봉투에 넣고 그걸 우체국에 가져가 부친다는 게 처음엔 신나지만, 계속 하다 보면 귀찮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쓸거리가 없어지는 탓이다. 아,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62년 동안이나 이메일도 아닌 종이 편지를 주고받은 이 두 할머니처럼.

Waverley, Joyce 할머니

왼쪽 Joyce, 오른쪽 Waverley

올해 78세로 뉴질랜드에 사는 Waverley Neutze와 영국에 사는 80세 Joyce Sims 할머니가 처음 서로 안 건 1947년 Joyce 할머니가 한 신문에서 펜팔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나서다. 물론 그곳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뉴질랜드에 사는 Neutze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꿈 많던 소녀 시절부터 시작해 결혼, 자식, 손자,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던 것이다. 62년 동안 서로 얼굴은커녕 목소리조차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5월 24일, 뉴질랜드 Waverley 할머니가 영국 할머니 Joyce씨 댁을 찾았다. 2008년에 Waverley 할머니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Joyce 할머니가 슬픔에 잠긴 할머니를 위로해주려고 기분전환도 할 겸 한번 다녀가라고 했던 모양이다.

Waverley를 잘 아는 것처럼 느껴져요. 함께 자란 가족이나 다름없죠. 비슷한 시기에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고 자식들까지도 거의 동시에 낳았답니다. 그리고 늘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I feel I know her so well, she’s part of the family. We’ve grown up together really. We met our husbands, got married and had families at nearly the same time, and always kept in touch.

Joyce 할머니는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았지만, Waverley 할머니는 컴퓨터도 없거니와 종이 위에 글씨 쓰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두 분이 컴퓨터에 어느 정도 능숙하다 할지라도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았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앞으로도 계속 두 분 서로에 대한 애정, 우정 변치마시길.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범람하는 세상에 이토록 애틋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니, 존경스럽다.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어렸을 적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연습장에 초벌로 쓴 다음 깨끗한 편지지에 옮겨 쓰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해도 지저분해지긴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종이 편지 보내기가 쑥스러울 만큼 이메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C'est la vie.

Source: Times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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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개:

  1.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뉴스군요-ㅋ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도 따듯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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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아직도..ㅡ.ㅡ 엽서를 보내는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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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odlinuf의 생각
    62년만에 처음 만난 펜팔친구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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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엘군 - 2009/06/01 11:07
    네, 맞습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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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김치군 - 2009/06/01 11:14
    야~ 부럽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엽서도 많이 모으셨겠어요. 수백, 수천 장은 될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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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오, 대단하네요.

    중1때 펜팔하던 제 미국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이되어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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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와우!

    중학교때 추자도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랑 펜팔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고등학교때 친오빠의 부탁으로 군인 아저씨(?)랑도 펜팔 했었고 ㅋㅋㅋㅋㅋ

    그나마, 애인이나 친구들이 군대가 있을때는 편지를 좀 썼던 거 같은데..

    요새는 정말 편지 쓰기도 힘들지만 쓸데도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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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우와 너무 부러워요...

    이메일조차로도 연락 자주 못하는/혹은 안하는데.

    편해지는게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아 그러고빈 편지 받아본지 오래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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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흠... 현지서도 듣도 못한 소식을 여기서 보게 되네요 ㅋ

    Waverley 할머니가 인터넷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뉴질랜드 인터넷이 X판! 엉망진창! 이기 때문이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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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fruitfulife - 2009/06/01 11:52
    적어도 트위터는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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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김젼 - 2009/06/01 11:55
    부탁인지 강요였는지 분간하기가 힘드네요. ㅋㅋ

    요새는 편지 뿐만아니라 자세 제대로 잡고 글 써본 적도 없는 거 같아요. 그저 키보드만 두다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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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별헤는밤* - 2009/06/01 12:03
    이메일로 연락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점점 흐지부지되서는 지금은 안쓰는 msn 메신저에만 등록돼있답니다. 뭐가 바쁜지.

    +한국에 살면 친구들한테 청첩장 종종 받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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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beatus - 2009/06/01 15:26
    한국으로 고고씽하세요. ㅋㅋ 영화 하나 받는데 1분이면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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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beatus - 2009/06/01 15:26
    훗, 요즘은 받아서 보지도 않는다능

    그냥 스트리밍으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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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http://www.newscham.net/data/news/photo/11/46507/1243391303/3.jpg 이런 시대에 저런 아날로그 감성은 눈물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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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mahabanya - 2009/06/01 17:41
    -_-

    여기도 요즘은 빨라져서 하루 걸리던거 반나절이면 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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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캬하 이거야말로 정말 멋진 뉴스인데요?'ㅅ')

    저 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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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으, 저는 이메일도 잘 안쓰고..



    메신저의 대화, 쪽지.

    블로그와 싸이, 홈페이지의 게시판, 댓글, 방명록.

    트윗질. 이게 전부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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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어릴 적, 연습장에 초벌로 썼던 기억이 저도 나는데.. 흐음.. 혹시 연애편지? ㅋㅋㅋ (참고로, 전 선생님께 쓰는 편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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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회색웃음 - 2009/06/01 22:11
    캬~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잘 아시네요. 네 맞아요 연애편지. ㅋ

    참고는 참고하지 않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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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우와..

    저도 웹에서 만나서 9년 째 말 대신 글로 연락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ㅁ'

    핸드폰 번호도 알고 웹에서도 보지만

    한 5년 간은 꾸준히 편지도 주고 받고 했었어요!

    지금까지 얼굴은 두 번 보았는데, 초면에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던 기억이. 히히 :)





    할머니들 참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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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kissingyoun - 2009/06/11 16:34
    와.. 대단하세요. 어떻게 9년을. 보통 확 불타올랐다 흐지부지되는 게 일쑤인데. 서로 마음이 잘 통하시나보군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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