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0일 수요일

할머니 혼자서 23년간 집 해체, 조립

난 이 할머니를 DIY(Do It Yourself)의 달인으로 모시고 싶다. 혼자서 집의 벽돌과 기둥, 지붕에 얹은 기와까지 모두 분해한 다음 16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져가 원래대로 조립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약간 받았지만, 대부분 할머니 혼자 힘으로 해냈다. 분해와 조립에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3년.

1911년 런던에서 태어난 May Alice Savidge 할머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나머지 생계를 유지하려고 어린 나이에 비행기 제조 공장에서 제도공으로 일했는데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이때 경험이 May 할머니에게 무척 소중했을 것이다. 열여섯에 만나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1938년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슬픔을 잊지 못하고 좀처럼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47년 Hertfordshire에 지어진 지 500년이나 된 집을 한 채 샀고 바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이 때도 지붕 수리를 제외하고 벽돌, 목재 일 등등 모두 할머니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옮기기 전 모습

세월은 흘러 1953년, 이 마을 의회가 뜬금없이 May 할머니에게 이곳으로 도로를 내야 하니 집을 헐어야 한다고 통보하자 할머니는 집이 무너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집을 옮기겠노라며 장장 15년 동안 정부와 싸우면서 버텼다. 급기야 1969년 어느 날 불도저 몇 대가 집 앞으로 몰려오자 이때부터 할머니는 서까래, 기둥, 유리 등 집 '부속품'에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다. 정말로 집을 옮길 작정이었던 것이다.

집을 '분해'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집을 나가지 않고 겨울이면 추위에 떨면서 지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차츰 퍼지자 사람들은 힘내라며 성금을 보내주기도 했다. Norfolk에 있는 한 바닷가 마을에 땅을 사서, 정부로부터 허가도 얻은 다음 분해한 것들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길 11번, 드디어 할머니는 집을 조립하기 시작한다. 1971년에 집 기초 공사를 끝내고 벽돌을 쌓았으며, 8년 뒤에야 지붕에 기와를 얹었다.

May 할머니는 70세가 되던 해에 비로소 혼자 힘으로 지은 'DIY' 집에 입주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틈틈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던 1986년 어느 날, 이 소식을 접한 영국 여왕이 버킹엄 궁 파티에 초대해서 할머니를 격려했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 집 하나에 온 정성을 바쳤던 할머니는 조카에게 집을 물려주고 1993년 세상을 떠났다.

조카 Christine Adams는 고(이)모의 뜻을 받아들여 할머니가 남긴 물건을 팔아 모은 돈으로 이 집을 수리해 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Bed & Breakfast(민박집)를 운영 중이라고 하니 혹시 이곳을 여행하시려는 분은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이 집이 있는 곳은 영국 Norfolk의 Wells-Next-the-Sea로, B&B 이름은 Ware Hall이다. 구글 맵스 위성사진

스페인에서 혼자 성당을 짓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런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일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혼자 힘으로 멋진 성을 짓는 미국인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이제 May 할머니까지. 앞으로 몇 명을 더 찾을지 벌써 기대된다. 물론 그 소식은 이곳 Oddly Enough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다. : )

Source: Mail on Sunday


혼자 힘으로 성 한 채 짓기만 40년째
40년째 홀로 성당을 짓고있는 남자
구글 어스와 일본의 부라쿠민
여성이 남성보다 DIY 조립에 능하다
120억짜리 집이 무단 점유된 사연


댓글 43개:

  1. 맥가이버 할머니?

    1등...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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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여기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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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랑하는 남자 잃은 슬픔에 이런건가요 그럼?

    아 뭔가 혼자서 저렇게 해냈다는건 참 좋은거긴한데.

    평생을 바쳐서 "집을 지었다는건 음. i don't know what to say. i think it's s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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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okgosu - 2009/06/10 13:11
    1등 감사. 댓글 감사. : )

    맥가이버도 울고 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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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엄청난 할머니군요.. 4대강 정비 사업을 위해 이 할머니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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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na - 2009/06/10 13:12
    그럼요~! : )

    항상 이런 소식을 찾아 헤맵니다. 그러다 길도 잃고 그런다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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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할머니가 지붕까지 잘 지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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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대단하세요. 힘드시지 않았을까요.

    왜 혼자서 저렇게 하셨을까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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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IKEA.. 이 할머니한테 아이디어 얻은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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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컥! 엄청난 분이시군요.

    저도 30-40년에 걸쳐 뭔가 할일을 하나 찾아봐야겠군요.

    30년후에 오드리님 블로그에 나오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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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별헤는밤 - 2009/06/10 13:13
    처음엔 아마 슬픔을 잊으려고 시작했을 거에요. 그러다 집을 부숴야 한다니까 화가 나서 옮겼을 테고. 우리가 보기엔 슬픈 이야기일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할 수 없지 않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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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Kuro™ - 2009/06/10 13:14
    안타깝게도 15년 전에 돌아가셨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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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하느니삽 - 2009/06/10 13:15
    그까짓 지붕쯤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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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이코오;;;;;;;;

    할머님 고생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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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세미예 - 2009/06/10 13:17
    어떤 사명감이라도 가졌던 모양이에요. 인생에 대한 사명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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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bkzzang - 2009/06/10 13:18
    ikea.. 한국에도 정식 매장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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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만물의영장타조 - 2009/06/10 13:19
    그거 대환영입니다. 얼른 착수하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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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엘군 - 2009/06/10 13:26
    고생은 하셨지만 집 짓는 게 즐거우셨을 거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오랜 기간동안 끝도 보이지 않는 일을 하셨을라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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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유적지에 번호 매겨서 복원하듯 하나하나 옮기셨군요.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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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할머니 혼자 정말 고생많이 하셨네요 ^^

    인간승리인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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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진짜 달인들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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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후와~~~ 입이 벌어집니다.



    대단... 대단... 번호를 적어 놓는 센스까지...



    하나에 몇십년을 열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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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무서운 집념의 할머니시군요. 우리에게도 저런 집념이 필요합니다!

    달리세요 odlinuf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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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boraby - 2009/06/10 13:38
    본문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400권이 넘는 일기장에 그날 뭘 했는지 모두 기록하셨대요. 대단대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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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감정정리 - 2009/06/10 13:41
    네, 인간 승리죠. 도움도 거의 없이 혼자서 저런 일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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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하수 - 2009/06/10 13:45
    16년 달인은 저리가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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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강팀장 - 2009/06/10 13:53
    강팀장님도 이참에 한번 무언가에 도전해보심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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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mooo - 2009/06/10 14:00
    맥북을 향한 집념만큼은 저 할머니 못지 않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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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odlinuf - 2009/06/10 14:11
    헉..... ^^;;



    도전해 봐도 집 짓기는 패스~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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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원래 혼자 집짓기의 원조는 슈발 우체부일듯..

    전 포스팅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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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이번엔 근성 할머니인가요... ㄷ;;

    23년; 아마 지붕부터 들어냈을텐데 비오면 어떻게 했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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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trackback from: odlinuf의 생각
    할머니 혼자서 23년 동안 집을 분해해서 다시 조립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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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무슨 일을 임하다가도, 조금이라도 힘이 부치면

    포기하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 많은 교훈을 담은 글이네요

    출근 전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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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할머니 정말 대단하시다....허리는 괜찮으시대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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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Raylene - 2009/06/11 09:45
    돌아가셨대요.. 허리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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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jiddu - 2009/06/11 08:06
    네, 저도 이 사연 일고서 자극을 많이 받았답니다. 저랑 함께 힘내시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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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Noel - 2009/06/10 19:01
    대충 피하고 잤다더군요. 언제 봐도 대단한 할머니. 기회 있으시면 꼭 가보세요. 역사의 현장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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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A2 - 2009/06/10 17:10
    짜~안 합니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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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混沌]Chaos - 2009/06/10 16:04
    슈발 우체부... 제가 잘.. ㅎㅎ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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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JUYONG PAPA - 2009/06/10 15:21
    불굴의 집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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