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6일 수요일

공개망신당한 괴짜경제학 저자

블로거들이 글을 쓸 때 흔히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아마도 오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물론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오타 확인하기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발견하기 어렵듯이 꼭 글을 발행하고 한참 지나서야 발견하거나, 고맙게도 다른 분이 댓글을 써서 지적해 주시는 일이 가끔 있다. 그래서 요즘엔 맞춤법 검사기도 동원하고 미리보기 기능도 이용해서 발행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보기도 한다.

"괴짜 경제학(Freaknomics)"이란 유명한 책의 공동저자이자 저널리스트 Stephen J. Dubner가 세계적 시사, 경제 전문紙 The Economist의 한 기사에 오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서두로 자신의 블로그에 '오타'에 관한 글을 썼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이 상황은 이코노미스트의 멋진 답변으로 종료됐으며, 발단은 Dubner가 자신의 Freaknomics 블로그에 올린 글 'Department of Oops'이다.

Dubner는 어느 날 이코노미스트 紙에 실린 'Sterling Silver'라는 글을 읽는다. 그런데 Dubner는 그 기사 첫머리에 등장한 문장에서 잘못을 발견하고 딴죽을 걸기로 마음먹는다.

In the hills north-east of Mexico City it is not uncommon to find Cornish pasties for sale.
멕시코시티의 북동쪽 언덕(또는 멕시코시티의 부자동네)에 코니쉬 패스티 파는 곳은 흔하다.

여기서 꼬집고 싶은 오타는 'pasties'였다. Dubner는 이코노미스트지가 'pastry(페이스트리)'의 복수형인 'pastries'란 단어에서 철자 'r'을 빠뜨린 것으로 생각하고 블로그에 이코노미스트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류를 수정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을 올린다. 글을 쓰면서도 아마 사과 받을 기대에 부풀어 흐뭇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이 글을 읽고 Economist지가 아닌 Dubner의 오류를 지적한다. 이 중 위키피디아를 인용해 댓글을 남긴 사람은 'Cornish pasty'는 다진고기, 감자, 양파 등을 넣고 구운 영국식 파이/빵의 일종이라고 Dubner에게 일침을 가했으며, 이코노미스트지가 쓴 'pasty'의 복수형 'pasties'가 옳다면서 80여 명이 의견을 남긴다.

상황은 Dubner가 온라인에서 창피를 당하고 일단락되는 듯싶었으나, 결정타를 남긴 우편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Economist 측에서 보낸 작은 소포였다. Dubner는 최근에 재구독을 신청해서 이코노미스트가 작은 사은품을 보냈나 하고 기대에 부풀어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다름 아닌 진짜 Cornish Pasty 한 개만 달랑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한 방 먹은 Dubner는 마침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실수했노라며 이코노미스트에 쿨하게 사과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age credit: Steve Dubn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age credit: Steve Dubner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지적 또는 비난도 한다. 하지만, 내가 여태껏 관찰한 바로는, 특히 사회 이슈 성 글을 읽다 보면, 칭찬보다는 지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지적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지적은 글쓴이로 하여금 더 나은 글을 쓰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밑도 끝도 없이 지적하는 사람을 보면, 내 블로그가 아닌데도 그 댓글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적은 꼭 필요할 때, 칭찬은 필요 없어도 해주는 웹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 칭찬 좀...핫핫. : )

Source: Freakonomics, The Economist


조기를 게양하느니 사표를 쓰겠다
골판지로 만든 서핑보드
미래의 환경재앙을 초래할 다섯가지 프로젝트
사내연애를 하고싶다면 그리스로 가라
MS가 모질라에 보낸 Firefox 3.0 축하케익


댓글 19개:

  1. 큭큭... 재밌는 사례로군요. 이 사례는 그렇지 않지만 요즘은 정말 인터넷 언론에서의 오타나 잘못된 용어 남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
  2. @foog - 2008/07/16 23:56
    foog님 말씀이 맞아요. 언론사 기자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글들이 많습니다. 발행전 검토라도 하면 그런 것들은 방지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답글삭제
  3. 우와 진짜로 파이를 보내주다니 이코노미지 좀 쿨한듯 ㅎㅎㅎㅎ..



    저도 엄청 오타내는 편이지만서도 다른 분들 글 중에 오타 수준이 아닌 맞춤법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생기는 것 같은 실수를 보면 막 안절부절하게 되요. 그렇다고 지적하긴 좀 민망하구....

    답글삭제
  4. @Ray - 2008/07/17 00:49
    레이님은 음주포트팅만 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ㅋㅎㅎㅎ

    말씀대로 오타를 지적하기란 쉽지않죠. 그럴땐 비밀댓글로 조심스레 말씀해 주심이 좋을 듯 합니다. ;-)

    답글삭제
  5.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그 자체로 건전한 의견 교환이라 생각합니다. 글쓴 사람도 지적하는 사람도 누구나 틀릴수 있죠.



    문제는 틀린 부분을 지적할때의 태도라 봅니다. 지적해야 할 부분만 정확히 지적을 하면 좋은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내용의 지적보다는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더군요.



    AAA 가 아니라 BBB 다 병X 아~

    똑바로 알고 써라.



    뭐.. 이런식이더군요..

    답글삭제
  6. @대발이 - 2008/07/17 01:34
    옳으신 말씀입니다. 인신공격성 댓글 또한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 댓글로 인해 저처럼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ㅠㅠ

    답글삭제
  7. 아침부터 좋은글 잘봤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딱 들어 있네요.

    오류는 지적하되 비난하지는 않는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길~!

    좋은 글 덕분에 오늘 하루 즐거울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답글삭제
  8. 재밌는 기사 감사요.

    Odlinuf님 킹왕짱~ ㅋ

    답글삭제
  9. @위즈 - 2008/07/17 09:35
    공감하셨다니 저도 기분좋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_^

    답글삭제
  10. @A2 - 2008/07/17 10:03
    파워블로거 양산하시는 분이 칭찬을 해주시다니, 왕감사요~ ㅋㅋ

    답글삭제
  11. 와와와...



    Odlinuf님 킹왕짱~~~ !!

    답글삭제
  12. @김치군 - 2008/07/17 11:33
    칭찬하는 댓글문화,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

    김치군님 칭찬 감사요~ ;-)

    답글삭제
  13. 맞아요,,,



    한글같은경우에도 오류를 지적해줘서



    본질을 잃으면 안되는거죠~



    그러나, 비난, 욕설, 시기질투 이러한 넷문화는 사라져야



    될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메일쓸때, 영어같은경우는 ms word에 한번 돌리면



    오타수정도 되니,, 세상 많이 좋아진것 같아요~ㅋㅋ

    답글삭제
  14. @vega - 2008/07/17 13:45
    오타를 검사하는 기능도 블로그 편집기에 포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답글삭제
  15. 우리 대한블로그오타추방연합 회원들도 눈여겨 읽어야 할 기사로군요.



    전 오타지적하는 뜬금없는 댓글 많이 다는 편인데, 비밀글로 달거나, 수정 후 댓글을 삭제하라는 식으로 달다가, 요즘엔 생뚱맞은 가상의 단체를 들먹이면서 잠깐 웃음지으며 읽을 수 있도록 해요.

    답글삭제
  16. @daewonyoon - 2008/07/19 11:54
    오, 그런 연합회도 있나요? 저도 가입해야겠습니다. ㅋㅎㅎ

    저도 대원님처럼 지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답글삭제
  17. 오 이코노미스트 대인배스럽네요

    답글삭제
  18. @asteray - 2009/02/03 15:42
    아마 '무식한 녀석'하며 직접 확인해보라고 던져줬을 겁니다. ㅎㅎ

    답글삭제
  19. 이 갑툭튀 글은...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으니 통과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