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로모 카메라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2008년 마지막은 이 글이 장식하는군요. 연말과 연모를 같이 장식할 만한 훈훈한 내용입니다. :-)
그리고, 지난번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리긴 했지만, 혹시나 못 받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책과 영화가 있다. 원제는 'Around the World in 80 Days'. 세계 일주는 내 인생의 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간 날 때 야금야금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라, 한 번에 몰아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그런 여행 말이다. 현재는 그만한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거니와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앞으로 약 30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동반자와 함께.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짜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 운 좋은 녀석은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한 대의 로모 필름 카메라. 이름은 'The Traveler'다.


이 카메라의 세계 여행은 2006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LA에 사는 Wojtek Gil이라는 사진작가(로 보임)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후 자신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36명을 모집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은 집에 가만히 있고 자신이 카메라를 소포로 받으면 단 한 장의 사진만 찍어서 다시 다음 순서의 참가자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엔 카메라의 도착 시각과 상태를 (Wojtek에게) 알려줘야 한다든지, 작업 기한, 카메라 작동 및 배송 시 유의사항 등 참가자를 위한 간단한 규칙이 있다. Wojtek은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3일 이내에 작업을 마치고 다음 사람에게 보내길 원했지만, 어디건 항상 돌발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That's the way it is. C'est la vie. 다 그런 거지 뭐.

시작부터 삐걱대더니, 참가자들은 종종 3일을 넘겨 다음 사람에게 카메라를 넘겨줬다. 바빴다는 둥, 다른 곳에 가 있었다는 둥. 그들의 귀여운 핑계를 읽고 있자니 정감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배송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 우편으로 카메라를 부칠 때마다 배송이 그만큼 더뎌졌으며, 아프리카 토고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건너갈 때는 주소가 잘못 적히는 바람에 약 5개월 동안 카메라 행방을 알 수 없는 위기를 겪기도 했었단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Around the World in One Camera'다. 프로젝트 블로그에서 카메라의 여정이나, 참가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받고 나서부터 다음 사람에게 부칠 때까지 Traveler와의 생활을 이 블로그에 적어 놨는데, 몇 개 읽어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고 어떤 곳에서는 이 카메라가 지역 신문에까지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The Traveler의 길고 긴 여정

카메라는 현재 위 지도상에 빨갛게 표시된 이웃 나라 중국의 난징에 있다. 여정을 대충 훑어 보니 이제 일본과 뉴질랜드만 남겨 놓은 듯한데, 왜 우리나라 참가자는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혹시나 지금도 참가 신청을 받는지 알아보니 이미 마감되었다는 글이 적혀있다.

처음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격려보다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3년여를, 그것도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버텨오다니 리더격인 Wojtek과 참여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큰 고장 없이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The Traveler'에게도. 이제 36개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가자들이 어떤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을지 많이 기대도 되고, 부디 남은 여정에 큰 사고가 없기를 바란다.


Source: China Smack


댓글 18개:

  1. 카메라 이미지가 너무 귀엽고 예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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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Kimchi39.com 2008년을 돌아보며... 그리고 댓글베스트 ^^*
    댓글베스트 가장 먼저 이야기 해야 할 부분은 2008년 한해동안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3월 31일에 처음으로 블로그를 개설 한 이후에,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 기존에는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가 블로그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옮긴뒤로, 정말 많은 인연을 만나고,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는 제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럼 어떤 분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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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아이디어 참 참신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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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흐흐 재밌네요. 내 손에만 들어와봐..흐흐..(?)

    한 해 동안 좋은 글과 댓글에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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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단 한장만 찍으려면 정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겠군요

    그것도 로모인데 날씨라도 나쁘면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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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누가 두장 찍어서 뉴질랜드 사람은 못 찍을거 같아요 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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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보다 더 많은 여행을 한 카메라군요... ㄱㅡ)



    ㅋㅋㅋ 오드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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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파아랑 - 2009/01/01 00:14
    잠깐 저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니 예쁘기만 한거 같더군요. ㅋㅋ

    파아랑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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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LIeBe - 2009/01/01 14:39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번 해보고 싶은데 말이죠. 아쉽네요.

    저야말로 Liebe님 흥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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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Krang - 2009/01/01 21:34
    별말씀을,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보람 찬 한해 되시기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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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마티오 - 2009/01/02 18:39
    그렇지 않아도 주의 사항에 좋은 날씨에 찍는 걸 권장한다고 쓰여져 있더군요. ㅎㅎ

    마티오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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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Donnie - 2009/01/03 01:27
    앗, 그렇던가요? 그건 발견하지 못했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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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Ruud - 2009/01/03 02:51
    루드님 뿐인가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부러운 녀석.

    오랜만예요, 루드님. 새해 계획하신 일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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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trackback from: 똑딱이 카메라 '로모'의 아주 특별한 매력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모(LOMO)라는 카메라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모는 주변위 모든 풍경을 뭔가 색다르게 만들어주는 손바닥보다 작은 까만 상자로 러시아에서 만든 레트로한 느낌의 컴팩트 카메라이다. 내가 로모를 입양한 것은 2001년 11월이었으니 벌써 7년도 넘은 일이로군. 그동안 자주 고장나고 예측하기 어렵고 때때로 나를 놀라게 하던 로모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Contax G2를 들인 지금까지도 내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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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짜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 운 좋은 녀석은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한 대의 로모 필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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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annonce - 2009/01/07 08:09
    ??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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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저보다 더 많은 여행을 한 카메라군요... ㄱ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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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4월 1일자로 Traveler가 집에 돌아왔다고 하네요.

    http://aroundtheworldinonecamera.wojtekgil.com/?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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