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일 수요일

내가 찍은 사진이 영화에 쓰인다면?

내가 직접 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영화에 사용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사진 전문가가 아닌 이상 대부분 사람에겐 '가문의 영광'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30분짜리 단편 영화도, 개봉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그렇고 그런 영화도 아닌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약 8천5백억 원)를 벌어들인 영화라면 짜릿하지 않을까요? 마치 제 글이 타임이나 뉴욕 타임즈에 소개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

영화 '아이언 맨'은 우리나라에서만 4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천6백만 달러(약 38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그야말로 2008년 최대 흥행작 중 하나입니다. 아이언 맨에 사용된 이미지 중 하나가 온라인 사진 공유 사이트인 flickr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Jeremy Keith라는 웹 개발자인데 Bulletproof Ajax(Ajax 방탄)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웹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듯. 그리고 아래가 바로 '아이언 맨'에 삽입된 Keith가 찍은 사진입니다.

image by adactio [저작권 CCL]

사진의 배경은 미국 NASA의 VAB(Vertical Assembly Building)으로 우주선을 수직으로 세워 조립하는 곳으로 Vehicle Assembly Building이라고도 합니다. 우주선과 연료 로켓을 통째로 집어넣어야 하니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겠지요. 2006년 Keith와 그의 친구들이 이곳을 방문했나 봅니다. 여기서 잠깐,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CSS Mastery(CSS 마스터 전략)란 베스트셀러로 돈 좀 만진 Andy Budd입니다. 유유상종?

Keith는 이 사진을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flickr에 업로드했고, 아이언 맨 영화 관계자가 이 사진을 보고서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Keith는 당시 이 사진이 영화 '아이언 맨'에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어떤 시답지 않은 단편영화에나 쓰이겠다 싶었겠지요. 보시다시피, 그리고 자신도 인정하는 것처럼 그리 잘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영화 관계자도 이 사진이 특별히 잘 찍었다거나 배경이 NASA 건물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창고 사진을 찾고 있었다고 그와의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아래는 실제 영화 '아이언 맨'에서 원본 사진의 아래 부분을 자르고 주인공 Robert Downey Jr.와 Jeff Bridges의 얼굴을 삽입한 장면입니다.

영화 Iron Man 한 장면(4분 50초 부분)

평소 flickr에서 사진을 퍼 나르기만 했지 계정만 만들어 놓고 정작 이용할 생각은 못했네요. 이런 행운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그동안 찍은 사진을 flickr에 부지런히 올려둘 걸 그랬나 봅니다. :-) 여러분도 이제부터라도 인터넷 사진공유 사이트에 될 수 있는 한 많이 업로드하세요. 혹시 '아이언 맨 2'에 쓰일지 누가 압니까.

OE. Jeremy Keith가 위 사진의 이용을 허락하기까지의 재미있는 사연이 그의 웹사이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영어로 쓰여 있으니 심심풀이 삼아 읽어 보세요.



댓글 15개:

  1. 정말 짜릿하겠네요.

    방탄웹을 읽어봐서 그런지 더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

    flicker를 이용해보자는 욕구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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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열산성 - 2008/12/04 00:00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친근했습니다. Andy Budd 책은 살까말까 망설였던 책이라 기억하고 있구요. :-)

    그렇게 잘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될거 같습니다. 잘 이용해 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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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꺄~ >_< 로버트 다우닝 쥬니어~



    근데 영화에 저렇게 플리커 사진들이 들어가고 하나 보군요. 예산절약? 원 주인에게 돈은 얼마나 돌아갈려나요?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했으니 보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려나요...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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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uud - 2008/12/04 00:44
    사진 주인이 평소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 CCL만 지켜준다면 어떻게 이용되든 상관하지 않는대요. 그 사람 글 읽어보면 잘 나와 있답니다. 원문을 요약해서 소개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지는 탓에 게으름을 피웠네요. 아직도 후회하고 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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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헐퀴 저 횽 무지 부럽네요

    볼 때마다 뿌듯할 거 같아요

    제작사측에서 디비디라도 (콜렉터 판으로) 하나 쏴줘야하는 거 아닌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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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영화제작사의 체계적이고 섬세한 일처리가 멋지군요!

    어느나라같으면 별로 티도 안나는거라서 그냥 리터칭해서 쓸법도 한데 말이죠(-_-;)



    조만간 youtube 에 올린 영상을 영화 일부분에서 사용했다는 사례도 나올법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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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하하..그런일은 없겠죠..

    하지만 저분 대박인데요...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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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우와~ 한번 따라해보고 싶은 맘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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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Raylene - 2008/12/04 01:46
    레이님도 플리커 사용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너무 부러워 하지 마세요.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니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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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제노 - 2008/12/04 10:10
    우리나라 영화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헐리우드는 이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는 회사들이 있나 보더군요. 저작권, 특허 왕국답습니다. 말씀대로 유튜브에 올라온 좋은 영상물을 영화에서 사용하지 말란 법은 없겠죠. 예전에 스파이크 리 감독은 노키아 프로젝트 일환으로 아예 사람들이 올린 짧은 동영상을 모아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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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JUYONG PAPA - 2008/12/04 11:27
    그런 일이...벌어졌잖습니까. ㅋㅋ

    주용아빠님께도 대박의 기회는 열려있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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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빛이드는창 - 2008/12/04 13:54
    플리커에 사진만 올려 놓고 기다리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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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greenfrog - 2008/12/05 21:35
    아니, 왜 greenfrog님 댓글이 휴지통에 가득하죠? 혹시 댓글이 입력되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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