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쟁 중계

Gaza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이송중인 팔레스타인 사람들. image via NY Times

화해와 반목을 밥먹듯 하여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아니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이 한창이다. 이 시각 최신 뉴스가 전하는 바로는 이스라엘 군의 공습에 의해 약 300명이 사망했고 80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고 5년 전 쯤 타국에서 지낼 때, 팔레스타인 출신 친구 하나가 생각났다. 당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는데, 방학이 되어 남들은 가족이 있는 집에 돌아 가는데도 이 친구만은 학교에 남았다. 꺼리는 듯 하여 더이상 물어보진 않았지만, 이 친구의 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고위 관료라 알고 있었으니 그가 집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이 친구만의 일인지 대다수 팔레스타인 관료 가족에게도 해당되는 경우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후자라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대한 인식이 약간은 부정적으로 바뀔 듯 하다.

지난 1991년 걸프 戰은 미국의 뉴스 전문 방송 CNN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CNN의 한 기자가 다른 기자들은 모두 떠난 이라크에 남아 당시 전쟁상황을 전 세계에 생방송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전쟁도 TV로 보는 세상이라며 놀라워 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Gaza Strip)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인 트위터(Tweeter)를 통해 전쟁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마스로부터의 공습을 이스라엘 언론 기사 등을 인용하여 포탄이 어느 지역에 떨어졌다는 둥, 그 피해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진 공유 웹사이트 플리커(flickr)에서도 전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인터넷이 지닌 능력은 너무나도 무한해서 마치 끝없는 우주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10년 뒤엔 인터넷에서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러나 뭐가 되었건 이처럼 전쟁과 관련된 것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제발이지 이웃끼리 좀 사이좋게 지내자.

UPDATE(2008.12.30, 오전 10:57) 아래 sd라는 분이 댓글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타국에서 겪는 '수모'에 대해 댓글을 남겨 주셨다. 미국의 경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비자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나와도 단수비자만 나오기 때문에 한번 본국으로 돌아가면 영영 미국으로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이 분 말씀을 듣고나니 위 팔레스타인 친구가 이러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



댓글 8개:

  1. trackback from: [LieBe's B급 칼럼 #5] 인간..관계..그리고 종교와 이성
    발화점 Israeli Troops Mass Along Border; Arab Anger Rises 박노자글방 세상의 제일 큰 거짓말 - 이스라엘의 만행을 보면서 '전쟁광' 시오니스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습격을 규탄한다!! 지난 2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해 최소 225명이 사망하고 75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이 같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41년만이라 한다. 2008 년도도 마무리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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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좁은 땅에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넣어 놓았으니 이웃이 아니라 불구대천 원수가 따로 없네요.

    헤즈볼라도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려고 폼 잡고 있다던데... 일이 더 커지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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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inu - 2008/12/30 01:39
    기름값 뛰겠네요. 아하하 에헤라디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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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현재 가자지구 현장 사진들
    http://flickr.com 로 현지인들이 가자지구의 무차별적인 이스라엘 공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처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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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타국이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팔레스타인인에게는 비자가 잘 나오지 않고 나와도 단수비자만 나오기 때문에 한번 고향으로 들어가면 다시 미국으로 못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미국에 적대적인 중동 국가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죠. 그래서 고향에 잘 못들어가는 것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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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d - 2008/12/30 08:06
    아,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겠군요. 역시 다각도에서 바라봐야하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고위관료라는 것만 염두에 두고 생각한 결과였나봅니다. ㅎㅎ 사실 그 친구를 보면 '대단한 집 자식'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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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앞으로는 모든 상황이 수 많은 블로거와 기자들로 인해 인터넷에서 '중계' 될 수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잔인함과 잘잘못을 언론의 외곡과 '덮음' 없이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D 이로인해 각 정부와 단체의 자체 억제와 조정 능력도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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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Donnie - 2008/12/30 15:54
    맞는 말씀. 일례로 올 상반기 '촛불 시위'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초반엔 경찰이 사진과 동영상을 의식하여 일부 자제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나중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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