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아돌프 히틀러란 이름을 가진 아이의 비애

  집안에 아이가 생기면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아이 이름을 뭐라 지을 것인가일 것이다. 사실, 부모에겐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번 지은 이름은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 평생동안 함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서류상으로 남의 이름을 많이 봐야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중엔 해괴한 이름, 또는 성(姓)과 어우러져 또다른 의미를 갖는 이름 등 웃지 못할 이름들이 많았다. 반면에 "이름 참 잘 지었다"할 정도로 부모의 혜안이 돋보인 이름들도 더러 발견하곤 했다.

  사람들은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유명인의 이름을 참고하기도 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니,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주로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승만, 정희, 대중, 영삼, 종필 등 올라가는 반마다 이런 이름은 꼭 하나 씩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은 삼가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미국 뉴저지 주 Holland Township에 있는 수퍼마켓이 세번 째 생일을 맞은 한 아이의 이름을 케익에 장식해 주는 것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아이의 이름은 다름아닌 아돌프 히틀러 캠벨(Adolf Hitler Campbell). 아이가 '아돌프 히틀러'라는 이름을 갖게 된 연유는 아돌프의 아버지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Holocaust denier)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나치 독일의 유태인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진 아래 링크를 따라가 보면 그의 생활상을 조금 엿볼 수 있다.


  히틀러의 이름을 본따 자식의 이름을 지은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살짜리 어린 아이에게 이름을 새겨 주지 않은 수퍼마켓의 처사가 부당한 것일까. lehighvalleylive.com 기사에는 현재 27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언제나 그렇듯 의견은 크게 '수퍼마켓이 잘못했다. 그저 생일을 맞은 한 어린 아이일 뿐이다.', '부모가 이름을 잘못 지었다. 앞으로 아이의 인생을 생각해 보라.'로 엇갈리고 있다.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지을 권한은 가지되 자신들의 신념을 아이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후자가 더 옳다고 보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문득 과거 '유머 일번지'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꽁트가 생각난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OE. 아래 레이니돌댓글을 읽고나니 '두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도 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UPDATE(2008.12.18, 오전 2:06) 이 가족의 이름도 그렇고 조금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기사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미국 뉴저지 주의 Holland Township인데, Holland라는 것만 읽고 네덜란드라 착각한 것입니다. 이런 무식한... 역시 남에게 내 글을 보여 준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글 발행 전 확인 또 확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_ _)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입국장에서 낯선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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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만 잘해도 장학금 받는 미국학생들
자신의 이름을 URL로 개명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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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개:

  1. 대학 시절 교수 한 명의 이름이 '전두환'이었더랬습니다. 처음에는 '이름 참 난감하다'라고만 생각하고 그를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어느 정당의 홍보물에서 그의 얼굴과 이름을 발견했더랬지요. 글을 읽으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나저나 저 아이는 과연 히틀러와 나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 어른으로 자라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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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름 신고받는 관공서에서는 접수를 받기전에 작명자의 정신상태를 꼭 확인해줘야 합니다!

    ...애들이 너무 불쌍하잖아요. (ㅠㅠ);;;



    PS : 부활하심을 축하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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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이니돌 - 2008/12/17 22:51
    앗, 그러고 보니 '두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도 있었군요. 성은 달랐지만. :-)



    저 아이가 친구들에 의해 어떤 취금을 받으며 자라나게 될 지 걱정이 앞섭니다.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일찍 갖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안타깝기도 하고. 부모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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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oshiToshi - 2008/12/17 22:57
    의사들 수입원이 살짝 늘어나겠군요. :) 불쌍합니다, 저 아이.



    오늘 저녁 약 8시를 기해 80%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ㅋㅋ 지금 수퍼 컴퓨터에서 작업 중.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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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수퍼마켓의 결정에 한표 던집니다~@@

    아이의 이름은 개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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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자신의 신념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저도 공감합니다.

    오랜만에 놀러와서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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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름을 개명하는게 좋을 듯 싶은데..이구..

    이름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알고보면 주변에 꽤 있습니다.



    덧// 오늘 우수블로그선정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수블로그에 선정되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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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주용파파님께선 이미 다 알고 계신 분들이군요...

    저만몰랐네요~

    안녕하세요

    우수블로그선정축하드려요~

    멋진블러그를 구려가신계죠~자주와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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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Holland 와는 좀 딴이야기지만 -_- 꽤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발음 및 철자 때문인지 Dutch 가 나오면 당연히 독일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하지요.



    우수 블로거가 되신건가요? 왕 부럽!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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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쌀국수 - 2008/12/18 05:14
    수퍼마켓을 지지하시는군요. 하루 지나고 보니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잘못은 부모가 했고, 지금은 수퍼마켓이 과잉대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예요. 자신의 이름이 왜 이슈가 되는 것인가를 모르는 순진한 아이를 생각하면 응당 해주는 것이 맞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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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greenfrog - 2008/12/18 08:25
    오랜만에 오셨는데, 얼토당토않은 실수 글을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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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JUYONG PAPA - 2008/12/18 09:54
    저도 학창시절,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 과학시간엔 살짝 놀림감이 되곤 했죠. 어떤 암석하고 이름이 같거든요. -_-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살다보니 별일도 다 있네요. 안드로메다 듣보잡 블로그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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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ggacsital - 2008/12/18 10:24
    앗, 감사합니다. 요즘처럼 포스팅 뜸한 시기에 자주 들리심 제가 민망할 수 있고, 한가하실 때 가끔 들러주셔도 전 감지덕지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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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우울한딱따구리 - 2008/12/18 11:07
    전 Dutch하면 나라와 상관없는 다른 단어가 떠올라 큰일입니다. 좋은 말도 아닌데. -_-



    축하말씀 고맙게 받습니다. 딱따구리님도 어서 티스토리로 오셔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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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trackback from: 아돌프 히틀러란 이름을 가진 아이의 비애
    <P>사람들은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유명인의 이름을 참고하기도 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니,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주로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 승만, 정희, 대중, 영삼, 종필 등 올라가는 반마다 이런 이름은 꼭 하나 씩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P>

    <P>&nbsp;</P>

    <P><SPAN style="COLOR: rgb(0,0,0)">한마디</SPAN></P>

    <P></P>

    <HR 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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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trackback from: 홀로코스트 부인
    홀로코스트 부인론은 주류 역사계에서 논하는 홀로코스트, 이른바 2차대전중 나찌 독일에 의해 발생한 유대인 제노사이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은 사실 관계의 불명확 또는 의심스러움에서 홀로코스트의 실재를 의문시하고 있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부인론 측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이용하는 용어이며 부인론자 측에서는 “수정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들은 증거나 확립된 방법론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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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지나가다 - 2009/01/09 22:31
    먼저 장문으로 의견을 써주신 수고스러움에 대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수퍼마켓의 잘못이다라는 의견이시로군요. ^^



    저는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일반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의 이름(특히 역사적 인물)을 따서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그 일반적인 이름이 아이에게 미칠 파괴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지요. 물론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고 봅니다. 우리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지요. '세뇌'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아시겠지만 그 문제는 아마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부모는 고스란히 그 권한을 유지할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 특히 위 부모의 경우 - 같이 져야겠죠. 자신이 불자, 기독교인이라고 자식에게 그 종교를 강요하는 것도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아이 아버지는 자신이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라고 해서 그것을 저지른 집단의 우두머리 이름을 자식에게 붙였습니다. 역사적 악인으로 대표되며 거의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인물의 이름을. 부모는 아이가 그것을 충분히 극복하리라고 예상했을까요? 아니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때쯤엔 사회적 통념이 바뀌어 있을거라 예상했을까요?



    물론 이름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또한 옳지 못합니다. 수퍼마켓의 잘못도 있지만 이 경우엔 부모에게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유하신 사례가 약간 극단적이긴 합니다만, 저로선 부당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제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그 책임을 전가하진 않겠습니다. 제 이름이 사회적 통념에 의해 꺼리는 이름이 아니라 단지 그 집단 내지는 사람에 의해서만 특별히 인식되는 경우니까요. 하지만 제 이름이 '이완용'이라거나 '전두환'이라면 부모님 원망도 해보고 개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겁니다.



    악인들 이름 목록은 대단히 참신한 아이디어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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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안녕하세요 지나가다 글을 보고 적는데요 제 생각에 부모의 행동 자체는 별다른 문



    제가 없는 거 같습니다 이름 짓는 거야 부모 고유의 권한이고 이름을 어떻게 짓는



    지는 제3자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전혀 아니니까요 고작 3살짜리 어린이의 이름-자



    기가 선택하지도 않은- 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렇게 가혹한 대접을 하



    는 것은 개인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틀러의 본명이 히틀러가 아니라는 얘기를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이름



    쉬클그루버 사람들이 흔히 모르는 그 이름이 아이의 이름이었다면 그 가게 주인의



    반응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약간 궁금해 지네요 역사적으로 악인으로 평가된 사



    람은 한 둘이 아닌데(물론 정말 뼛속깊이 악한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 평가란 게 절



    대적이지 않아서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고 편파적인 사람들의 악의에 찬 왜곡-



    정보조작등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과 같은 행동에 대한 평가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



    이나 시대 상황 행위자의 동기등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



    면 판단이나 평가에는 신중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돌프 히틀러라는 이름이 쓰여서



    는 안되는 그런 이름이라면 웃기는 일이지만 이 참에 악인들의 이름을 모두 모아



    쓰면 안된다고 아예 금지목록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히틀러라



    는 이름을 쓰면 안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합당하고 설득력있는 설명은 단 1번도



    들어보지 못 한 거 같습니다 막연히 히틀러=절대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왜 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



    의 없는 거 같더군요 이런 맹목적인 반응이 대중매체에 의한 세뇌의 결과물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저의 불찰일까요? 저 이름이 법률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웃기는 일이겠지만-그리고 실제



    로 그렇게 된 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겠지만)이 아니라면 아무리 봐도 그 이름을 쓰



    던 말던 그건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은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따지고 보면 저 이름도 세상에 무수히 많은 히틀러 중 하나일 뿐이고 그렇게 이름



    을 지은 것 자체가 무슨 사악한 or 불법적 일도 아니잖아요? (이미 세계는 유태인



    의 수중에 있고 유태인들은 갖은 불법적인 일들을 자신들의 권력과 돈을 이용해 드



    러 내놓고 행하고 세계인의 불행 위에서만 행복할 수 있는 기생충같은 존재지만 누구



    하나 제재하기는 커녕 그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황량하고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며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그물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죠) 다만 저런 이름이 아이의 입장에서 상당한 고통



    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부모가 좀 무책임 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근원적



    인 문제는 애초에 이름을 본인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



    고 인간들의 비이성적인 짐승의 감정 히틀러가 유태인의 조작으로 인해 절대악인처



    럼 인식되는 면이 있고 여러 사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



    할 수도 있다면 이런 비유는 어떨까요? 우연히 만나서 같이 오래도록 지내야 할 어



    떤 사람 or 집단이 당신의 이름이 자신 or 자신들이 예전에 봤던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과 같다 해서 당신을 괴롭힌다면 그게 과연 정당한것인지 부당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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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한 아이가 평생안고 가야할 이름 이왕이면 좋은 이름이었으면 하는데~~

    전,,아직 여유가 있으니,,좀더 신중해야할까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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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Mr.MindEater™ - 2009/02/09 23:55
    그래요, MindEater님 말씀대로 시간은 넉넉하니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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