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일 금요일

지역 간 패싸움이 연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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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filippo minelli (flickr.com/photos/filippominelli)

지구상에는 자의든 타의든 남한과 북한처럼 같은 말과 피가섞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덩어리인데도 불구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인도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그리고 지중해의 키프로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는 벨기에머지않아 잘 하면(?) 북과 남으로 갈리게 생겼습니다.

이에 반해 분리되었다가 다시 통일된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처럼 이념에 의해 분단되었던 독일이 있습니다. 북한이 독재 세습정권이 아니라면 이미 우리도 통일된 한반도에서 생활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베를린에서는 1998년부터 해마다 독특한 행사가 열립니다. 이름은 "Wasserschlacht", 영어로는 "Water Fight". 언뜻 들으면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서 싸우는 경기인 것 같습니다만, 이 행사의 또다른 그리고 훨씬 더 어울리는 이름은 Food Fight입니다. 즉, 음식을 서로 던지는 지역간 패싸움입니다. 베를린의 옛 동독령이었던 Friedrichshain과 서독령이었던 Kereuzberg라는 두 지역 사람들은 해마다 7월이 되면 인근의 Oberbaumbrücke라 불리는 다리에 모여 한바탕 패싸움을 펼칩니다.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우나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동영상이 느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유튜브로.>

이 패싸움은 베를린 시가 두 구역을 통합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에 대해 거주자들이 반발했고 두 지역간 사람들이 밀가루로 무장하여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통합된 지역의 주인이 되겠다며 통합에 반대하는 일종의 시위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싸움이 시작된 이래 Friedrichshain 지역 주민들은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엔 밀가루와 물 뿐이었던 공격도구가 세월이 흐르면서 달걀, 과일, 채소 등으로 발전했고, 올해에는 생선과 사용하고 난 기저귀까지 등장했습니다. 단, 음식은 반드시 요리가 되어 있거나 썩은 것이어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시에서는 이 행사를 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03년과 2006, 7년에는 경찰진압과 적법성 논란에 휩싸여 행사가 무산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과거에는 사람들이 격해진 나머지 자동차를 불태우는 일도 빈번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즐기기 위해 시작했던 패싸움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사자성어 한 번 써봅니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 올해 열린 "음식 싸움"대회는 베를린 시 최대 쓰레기처리 회사가 후원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 행사가 두 지역민들간의 화합을 다지는 행사로 자리잡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도 북녘사람들과의 이러한 전쟁(?)이라면 언제든지 쌍수를 들고 환영입니다. 단 남북한이 통일이 된 다음이어야 하겠지요.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Source: Spi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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