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9일 일요일

120억짜리 집이 무단 점유된 사연

메이페어(Mayfair)는 영국 런던의 한 지명으로서, 고급 주택가와 고급 호텔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고, Regent Street, Hyde Park, Piccadilly Street, Oxford Street을 동서남북으로 끼고 있어 세계에서 집 값이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입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Bruton Street)와 같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또 거주 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 값과 월세 높기로 악명높은 메이페어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돈 한푼 내지 않고 방 30개 이상이 딸린 120억 짜리 6층 집을 무단으로 점유(squatting)중이라고 합니다. 이 집은 영국 찰스 황태자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아들 윌리엄 왕자의 대부(代父)이기도 한 Gerald Cavendish Grosvenor의 소유물로서, Duke of Westminster라는 작위를 갖고 있기도 한 그는 2008년 포브스 선정 세계 46위의 갑부임과 동시에 영국 최고의 갑부이기도 합니다. 이 집은 현재 Deltaland Resources라는 회사에 임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없음. image by Kamal H [저작권 CCL]

이들은 이 집이 비어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적어도 6개월 간 지켜 봤으며, 열쇠 구멍에 테이프를 붙여 놓기도 하고 편지함을 열어보기도 했지만 누가 살고 있다는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10월 10일, 그들은 이 집에 들어가기로 결심했고, 몇몇이 작업부로 변장한 채 사다리를 타고 발코니로 올라가 창문을 열어 입주(?)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메이페어의 가장 호화로운 주거지 중 하나가 squatters(무단 점유자)의 차지가 되었고, 현재까지 Deltaland Resources측으로부터 아무런 통지도 받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아무런 제재없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20년 이상 점유한 사람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영국은 12년이 넘으면 소유권 취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2007년 영국법원이 런던 Hampstead Heath라는 한적한 동네의 조그마한 집을 18년 간 무단 점유하고 있던 한 노인의 손을 들어줬고, 이로 인해 약 40억 가까이 되는 부동산의 소유권이 한 squatter에게로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메이페어의 무단 점유자들이 120억원 짜리 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까지는 앞으로 11년 11개월이 남은 셈입니다. :-)
[영국엔 집이 없는 사람들(노숙자 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Advisory Service for Squatters가 있으며, 이 단체는 무단 점유하는 방법을 설명한 책자(Squatter's Guide)까지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Black anarchist 이자 Da! Collective 라는 예술집단에 속해있는 이 무단 점유자들은 지난 8일, 급기야 이곳에서 Da! Collective Art Exhibition을 열어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환영이예요. 우리는 사람들이 이곳을 프로젝트 공간으로 활용하길 원한답니다. 이곳에서 작업을 하며 어디에서든 묵을 수 있죠."
"Other people can come here. We want people to use it as project space. People can work here, stay wherever they want."
- Stephanie Smith (무단 점유자)
세 명의 장본인들. image via Evening Standard

집 내부. image via Guardian

이들의 이웃은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가의 동네에 조용히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옆 집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무단으로 거주하기 시작한다면 여러분은 어떠실거 같습니까? 영국에서는 무단 점유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요. 바로 이 집 맞은 편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 Corrigans Mayfair의 지배인이 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인데, 행여나 노숙자들이나 부랑자들의 소굴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빛이 역력해 보입니다.

Evening Standard에 따르면, Deltaland Resources가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로펌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무단 점유가 언제 끝날지는 이제 시간문제인 걸까요.




댓글 15개:

  1. 부동산에 관련 된 법은 잘 몰랐는데... 빈집에서 오래 눌러 앉아 있기 전에 무단 가택 침입으로 쫓겨나는거 아닌가요? ㅎㅎ

    안들키면 그만이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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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r.지존 - 2008/11/09 20:13
    이 사람들은 주인이 법적으로 퇴거명령을 내릴때까지 눌러 앉는 사람들이예요. 그럼 그때가서 나가면 되는거고. ㅎㅎ 말씀대로 들키지 않거나 사람들이 본체만체 12년동안 내버려두면 뭐..운좋게 집하나 장만하는거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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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푸핫 이럴수가..ㄱ-;;

    이런 법이있다는게 참 신기하네요 어째서 무단점유가 불법이 아닌지도..ㄱ-;;;;;

    영국은 참으로 신기한 나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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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aylene - 2008/11/10 08:06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개발명목의 강제이주와 관련해서. 비록 그들이 소유권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말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물건은 열심히 챙기는 것이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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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UYONG PAPA - 2008/11/10 10:31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더욱 놀랍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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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으하학, 신문에만 안났다면 12년을 점거했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ㅋㅋ

    어떻게 되어갈지 궁금합니다요~



    즐거운 월요일 잘 보내셨나요? 전 열심히 버닝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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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작위까지 있는 사람의 소유지니... 콧대 높은 양반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 같군요. 물론 자기 손을 더럽히진 않겠죠? :P



    그나저나 무단 점유가 불법이 아닌 게 신기하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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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Raylene - 2008/11/10 08:06
    한국이라면 용역회사직원들이 봉고차 타고 들이닥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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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명이 - 2008/11/10 19:40
    그러길래 자기 물품은 가끔씩 사용해줘야 하죠. ㅎㅎ 저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요. 주인이 액션을 취했으니 조만간 쫓겨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만.

    감기로 고생좀 하고 있답니다. 명이님 건강 조심하시고, 활기찬 화요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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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uud - 2008/11/10 23:47
    아랫것들이 알아서 행동을 취하겠죠. ㅎㅎ 아마 이렇게 언론에까지 알려지게 된 것에 대해서도 기분나빠할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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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오래된 고성 같은 집은 사양하고 싶네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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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우울한딱따구리 - 2008/11/11 12:01
    네 저도 마찬가지. 저런 집은 내부공사를 따로 하지 않으면 난방비가 무척 많이 나오죠. 그러나 돈많은 사람들은 그것조차 걱정하지 않는다는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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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무단점유를 불법으로 하지 않고, 12년이 경과하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한 것의 취지가 궁금해지네요.



    부자들이 집을 여럿 소유하고 집의 본래의 목적인 거주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불합리를 압박하기 위한 법이라 봐도 될런지요?



    웬지 무단점유자들이 낭만적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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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모색 - 2008/11/11 19:07
    일리있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집 뿐만 아니라 놀고 있는 토지에 대해서도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법을 갖고 있지요. 관리도 하지않는 주인에게 계속 소유권을 갖게 하느니 차라리 실 사용자에게 소유권을 넘기자 뭐..그런거 아닐까요? :-)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저들은 무정부주의자들입니다. 일부러 비싼 집만 골라 '점거'한 후 위와같은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하는군요. 집주인으로부터 퇴거명령이 떨어지면 나오고 다시 골라 들어가고..이런 식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인가 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지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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