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엉성한 거미그림이 무려 1,500만원

왼쪽에 삽입된 거미 그림이 바로 그 주인공이며, 발로 그린듯한 이 그림은 지난 11월 13일 온라인 경매 사이트 ebay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 US$10,000(약 1,5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다리가 7개여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일까요? 지금부터 이 그림이 고가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그림은 원래 David Thorne이라는 사람이 한 연체금액을 납부하기 위해 그린 것입니다. (응?) 그가 그림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엉성한 그림 한 장에 1,500만원의 가치를 받을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피카소가 그렸다면 모를까. :-)

David는 회사 관계자(Jane)로부터 그가 연체한 금액 US$233.95에 대한 독촉 이메일을 10월 8일에 처음으로 받습니다.(아래 그림) 그는 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그린 거미 그림으로 연체금을 대신한다는 말과 함께 이 그림이 233.95달러의 가치가 있다면서 이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장에 씁니다.


답장을 받은 Jane은 '불행히도' 그림은 납입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이메일을 다시 David에게 보냈고, 이에 실망한(?) 그는 그림을 다시 돌려달라는 답장을 보냅니다.


Jane은 David의 이메일을 받고 황당했는지 그의 의도를 다시 묻습니다. "당신이 보낸 그림을 다시 돌려달란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거미 그림은 그에게 다시 보내졌고, 이것을 받은 David는 이번엔 자신이 받은 거미 그림이 처음에 보낸 그림이 아닌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 거미 그림은 다리가 7개 밖에 그려져 있지 않은데, 내가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Jane은 David가 10월 8일에 보낸 거미 그림을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이라고 확인해 줍니다. 그러자 현재 시간여행 중이라는 자동응답 이메일이 보내집니다. 물론 그가 직접 보낸 것이겠지요. 그리고 '지난 주'에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을까요? :-) David는 거미 그림을 받지 않는 이유가 혹시 다리 하나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며 거미 그림에 다리를 하나 더 그려넣어 다시 보냅니다.


이에 Jane은 David에게 수표와 현금 등 가능한 지불 수단을 알려줍니다. David는 실망스러운 자신의 감정을 전하면서 자신이 보낸 그림을 또 다시 이번엔 '가능한한 빨리' 돌려달라고 합니다.


물론 거미 그림은 무사히 David에게 돌아왔습니다.


이와 같은 그의 무용담(?)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David는 인터넷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이를 인터넷 밈이라고 합니다), 급기야 스웨덴에 사는 Andreas라는 사람이 거미 그림을 갖고 싶다고 그에게 연락하자 David는 "Idiot - 바보같은 녀석"라는 말과 함께 흔쾌히 보내줍니다.


바로 이 스웨덴 사람이 ebay에 거미 그림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아이슬란드가 이베이에 매물로 올려진 것처럼 거미 그림이 실제로 10,000달러에 팔린 것은 아닙니다. 낙찰자가 돈을 지불하지도 않았고, 이 사람들은 그저 재미를 위해 벌인 일이었지요. David Thorne은 인터넷 세상이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메일 속 또다른 주인공인 Jane은 나중에 그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내서 매우 즐거웠다는 말을 David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호주 news.com이 한 기사를 통해 David Thorne과의 인터뷰를 실었으니 그에 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기사 링크]

※ 이베이 목록에서 삭제될 경우를 대비하여 캡쳐화면을 첨부합니다.



Source: Geekologie


댓글 15개:

  1. 역시 이런것은 한국이 빠르네요. 몇년전에 장난스럽게 입찰하는 일들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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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입찰취소 안하다니, 대인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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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굳이네요 - 2008/11/21 18:53
    장난으로 물건을 올리는 일도 있었나요? 가령...일본을 판다는 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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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옐 - 2008/11/21 22:20
    수많은 유명인들이 옐님께 박수를 보내주었으니 옐님도 대인배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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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아마 발칵 뒤집어졌을거라는 불우한 생각이..

    재밌게 잘 봤습니다..보면서 피식 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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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거미가 미소짓고 있네요 ㅋㅋㅋㅋㅋ

    처음 저 거미를 받았던 회사측도 많이 황당했을 것 같아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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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은월비가 - 2008/11/22 03:11
    재미있으셨다니 작전 성공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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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Ruud - 2008/11/22 11:34
    아마 처음엔 황당했고 두 번째 부터는 저 Jane이란 사람도 즐겼을거 같아요. 다음번엔 어떤 이메일을 보낼까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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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거미...은근히 귀여운데요. (^^)

    연체금을 두고 저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젤 부럽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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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테레비프로의 거짓 혹은 진실에 나올법한~~잼있는 사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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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요시토시 - 2008/11/23 16:49
    말씀대로일 수도 있지만 저 사람이 비교적 상대를 잘 만난거 아닐까요? 대부분은 그냥 씹어버릴만한 내용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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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r.MindEater™ - 2008/11/24 11:38
    제보한번 해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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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인터넷은 사람들의 놀이공간이 되어야한다라...멋진 말이네요.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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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준 - 2008/11/28 06:29
    저런 사람들마저 없다면 온라인도 그렇고 오프라인까지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어요. 저 사람도 대단하지만, 일일이 다 받아준 회사직원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짜증을 부릴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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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정말 재밌는 사연이네요.아울러 거미그림이 필요했는데 잘썼습니다.

    자주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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