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6일 월요일

호주머니에 1,300가지 잡동사니가

   대부분 여성은 외출할 때 항상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핸드백을 휴대하기 때문에 전화기, 수첩, 지갑 등등 어떤 물건을 수납할 공간이 풍부한 데 비해, 남성은(나는) 모든 것을 옷에 달린 호주머니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특히 정장차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옷을 얇게 입는 여름철이면 남자들은(역시 나는)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려 애쓰지만, 그렇다 한들 호주머니가 불룩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만약 허리띠라도 깜박 잊는 날이면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를 남들 몰래 감당해야 한다.

   작은 가방이라도 하나 들고 다니면 나으련만 거추장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간편하게 외출하는데 웬 가방?' 지갑, 열쇠, 휴대전화 때문에 가방을 들고 나가느니 차라리 호주머니가 많은 옷을 입는 게 편하다. 하지만, 집 밖을 나갈 때 항상 10여 가지 이상의 물건을 소지하는 사람에겐 가방이 필요하지 않을까?

   2003년 프랑스판 기네스북에 한 사람의 이름이 올랐는데, 그 부문은 '가장 실용적인 옷을 가진 사람'이다. 'Crazy Eric' 또는 '인간 스위스 칼'로 불리는 이 사람은 가방 없이도 온몸 구석구석에 1,300가지의 물건을 넣어 다닌다. 기네스 기록으로 인정받을 당시엔 1,200가지였지만, 이후 100개가 더 늘어난 것이다. 2003년엔 더 실용적인 새 옷도 장만했다고 한다.

images via ericlefou.net. 크고 더 많은 사진 보기

   보시다시피, 그의 옷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뒤집어 보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데 도대체 뭐가 들어 있나 살짝(한 80개 정도?) 엿보도록 하자.

상의
티스푼, 포크, 작은 거울, 여행용 화장지, 전구, 박하향 사탕, 헤드램프, 소형 선풍기, 욕조/세면대 마개, 3 소켓 플러그, 대기오염 측정기, 공기베개, 눈가리개, 스펀지, 비닐봉지, 공기 침대, 우비, 비스코스 재질 수건, 판초, 물 주머니, 수영복, (접이식) 여행 가방, 손수 특별히 제작한 텐트(일종의 침낭), 바지, 티셔츠, 양말, 선글라스, 카메라(MP3 플레이어 겸용), 약, 비타민 C, 고무줄, 접착제

하의
응급의료 세트, 우산, 테이프, 플라이어, 만능열쇠, 용접 도구, 철사, 필터 달린 빨대, 페인트붓, 클립, 핀, 윤활유, 접착제, 소형 건전지, 렌치, 자물쇠, 휴대용/전기 면도기, 치약, 칫솔, 샴푸, 헤어 젤, 향수, 다양한 콘돔

발목
DV 카세트, 망원경, 카메라용 건전지, 간식(meal bars), 여행용 화장지, 건전지, 액체 세제, 충전기, A4 크기 폴더, 옷걸이, 알루미늄 포일, 랩, 쓰레기 봉지, 경보장치, 필기도구, 접착제, 절단기, *telescopic magnetic pen, 마커, 수정액, 치약, 칫솔, 대중교통 지도, 명함 등 다양한 카드, 렌즈 청소용 헝겊, 면봉

* 구석에 떨어진 물건을 집거나 꽂아서 건질 수 있도록 끝에 자석이 달렸고 지시봉처럼 길게 늘일 수 있는 도구.

   위 목록은 Eric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기억나는대로' 적어 놓은 것 중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실제로 원하는 것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이토록 많은 물건을 휴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기네스 기록을 세울 의도는 아니었고, 단순히 '이 상황에 이런 도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그 계기였다. 사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 터치 패드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마우스가 없을 때 마치 마우스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도구가 차곡차곡 쌓여가던 어느 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물건을 휴대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기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건 하나 평균 10g으로 옷을 포함한 총 무게는 15kg이며, Eric은 수영장을 가거나 가까운 곳에 갈 때를 제외하곤 집 밖을 나설 때 항상 이 옷을 입는다. 아래 파일(.xls)은 그가 작성한 소지품 전체 목록이다.

   프랑스 여름도 꽤 더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름 멋쟁이는 쪄 죽고,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듯이' 더운 날에도 이 장비를 챙겨 입어야 하는 건가? 아마도 그가 이 옷을 벗으면 공중부양도 가능할 듯. 웹사이트 최종 갱신연도가 2003년인데, 현재 Eric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결론은, 남자도 핸드백 매고 다니게 해 주세요~! (응?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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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1. 전 개인적으로 주머니가 많은 바지와 주머니 달린 후드티가 좋더라구요.

    지갑도 잘 가지고 다니지 않고, 일단 손에 받는 것은 다 호주머니로 들어가서

    체크카드 명세서와, 담배꽁초, 그리고 동전과, 메모한 것들,

    거기에 수첩과 볼펜, 가끔은 건빵? 등을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ㅋ



    기네스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네요 ㅋ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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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ohan - 2009/02/16 16:56
    무한님도 만만치 않으신걸요. 다른건 다 이해가 되는데, 건빵은 좀. ㅎㅎ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머니가 풍부하다는 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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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저는 몸에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걸 싫어해서인지 저 사람이 그저 신기할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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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도라에몽이수와~

    참 대단하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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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 옷 한 벌만 입고 있어도 든든하겠군요.

    무거워 보이는데 저걸 실제로 입고 다닌다는 걸까요? 그럼 대단한 거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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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완전 입는 군장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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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1300가지라 뭐 하나 찾으려면 정말 한참 걸릴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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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JUYONG PAPA - 2009/02/16 18:13
    주용아버님 저랑 같은 '과'셨군요. ㅋㅋ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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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Donnie - 2009/02/16 19:49
    프랑스 사람이라고 지금 이러시는 거수와?

    왜 도라에몽 생각을 못했는지 지금 땅을 치고있수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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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진사야 - 2009/02/16 21:04
    저 옷을 빨긴 할까요? 냄새가 좀 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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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etalrcn - 2009/02/16 21:11
    입는 군장이라...좋은 생각인데요. 이거 입고 훈련받으면 체력단련도 되고, 간편하고, 뛸 때 뒤뚱거리지 않아도 되고. 다만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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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r.MindEater™ - 2009/02/16 21:51
    못찾고 잃어버린 것도 수두룩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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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세상에 세상에 별에 별 사람들이 다 사는군요 ~ 헐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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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인간 스위스칼'

    별명이 완전 딱이네요 ㅋㅋㅋ



    그런데 대기 오염 측정기는 왜 갖고 다니는걸까요? ㅎㅎ



    사실 저도 필요한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니는 경향이 있어서 보통 어디를 다니던지 책가방을 메고 다닙니다. 거기에 제 노트북과 잡동사니를 다 넣어가지고 다니죠.



    근데 2년전엔 그 책가방을 도둑맞아서 제 전재산의 대부분이 날라갔었다는... 노트북, 아이팟, 그밖의 피와 살같은 물건들 ㅠㅠ



    저분은 옷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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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greenfrog - 2009/02/17 08:07
    이런 별의 별 사람들을 다 소개하고 싶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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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fancyydk - 2009/02/17 11:34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아무래도 자신이 있는 곳의 공기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까요? :-)



    세상에..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리시다니.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덤덤해지셨겠지만, 당시엔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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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공중부양이라... 무술대회에서 옷을 벗어던지던 손오공이 문득 생각나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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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Ruud - 2009/02/17 23:59
    그거 보고서 어이없어했던 1인. 루드님, 루드님의 능력이 필요하니 맨 앞 자전거 관련 동영상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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