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3일 화요일

한 달 동안 베이컨만 먹겠다는 이 남자 과연..

베이컨 하면 떠오르는 친구 녀석이 하나 있다. 철없던 대학생 시절, 영어를 익히러 간 다른 나라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겹살이 너무나도 그립더란다. 벼르고 벼르던 차에 한 수퍼마켓을 들렀는데 삼겹살 무늬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돼지고기를 발견했다나. 앞뒤 재지 않고 냉큼 몇 팩을 사서 숙소에 와서는 후추와 소금으로 양념해서 구운 다음, 한 상 잘 차려 밥 한 숟갈 입에 넣고 그 '삼겹살' 한 점을 넣었는데...뭐 그다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녀석 표정이 어땠는지는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실 듯.

베이컨도 알고 보면 종류가 다양하다. 내 친구가 무늬에 속긴 했지만, 우리나라 삼겹살과 부위가 같은 streaky 베이컨, 돼지 등 부위로 만드는 back 베이컨, 그리고 어깨 부위로 만드는 cottage 베이컨 등등이 있으며, 나라별로도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다고 한다.

베이컨에 대한 얕은 지식은 바닥에 깔아놨으니 이제 본 주제로 돌아와서, 미국에 사는 한 남자가 2월 한 달 동안 베이컨만 먹겠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공언하고 나섰다. 그리고 오늘 3일째를 맞았는데, 첫째 날 소식만 있어서 아직 진행 중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의 글을 읽어 보면 결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미국의 Michael J. Nelson(코미디언 겸 작가라고 함)이란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인 RiffTrax에 발행한 1월 31일 자 글에서 앞으로 2월 한 달간 다른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고 오로지 베이컨만 먹겠다고 선언했다.

I'll get right to the good stuff: for the entire month of February, 2009, I, Michael J. Nelson will eat nothing but bacon. Nothing, my friends, but bacon.

hanging bacon
image by slowburn. ⓒAll rights reserved.

Nelson은 베이컨이 천연 음식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 믿고 있는데, 최근 몇몇 사람들이 베이컨을 많이 먹으면 살 수 없다고 한 말(표현이 좀 드셌던 모양)에 발끈하여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이런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Nelson이 2월 말까지 먹게 될 음식은 오로지 돼지고기로 만든 '미국식' 베이컨과 맥주, 와인, 마티니, 물이 전부며 그 외 어떠한 소스나 향신료, 음료도 금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은 절대불가인데, 이는 베이컨만 먹어도 충분히 영양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는 베이컨과 함께 동고동락할 2월을 일컬어 'Bacon Stupidity Month'라 명명했고, 첫째 날이었던 2월 1일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huge success였다고 한다.

그나마 다른 달에 비해 날 수가 적은 2월이니 성공 가능성은 좀 더 커보이지만, 그의 블로그에서 한 달 동안 베이컨만 먹겠다는 글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저러고 싶을까?'였다. 물론 Oddly Enough는 이런 소식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미안한 감은 약간 있지만. :-)

Nelson의 도전의식을 북돋게(?) 한 이들이 베이컨에 대한 악담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했는지 몰라도, 성공 여부를 떠나 정말 말 그대로 무(모)한도전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번 일요일쯤 되면 슬슬 속이 뒤틀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과연 어떤 도전기가 올려질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아무튼, Nelson씨 힘내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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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개:

  1. 저는 김치와 밥만 추가로 더 준다면야 한 3주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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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베이컨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한달 가능할것 같은데 ㅎㅎ;

    일단 한달후 체중과 건강상태가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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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양 섭취는 문제없을듯 보이지만 문제는 필수비타민이......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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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인테일 - 2009/02/03 22:10
    2주도 못버틴다에 나인테일님 블로그 알라딘 광고 10번 클릭 걸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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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r.Met - 2009/02/03 22:13
    헉..정말입니까? 아무리 좋아하셔도 그렇지 어찌 베이컨만 먹고 산단 말인가요. 음식 애호가로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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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ieBe - 2009/02/03 22:20
    우유 다음으로 완벽한 식품이라고 하는 와인이 있잖습니까. 이제 보니 와인을 포함한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어디서 자문을 구했나 본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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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가능 할꺼라 생각합니다 ^^ 저도 잠시 호주에 있었는데 가난한 워홀 생활이라

    3끼를 베이컨과 맥주로 때웠던 기억이 .. .맥주가 물보다 쌌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지만요 ^^

    한달은 가능 할꺼같은데 건강상태는 그리 좋지 않을 껄로 생각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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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음..

    정말 괜찮을까요?

    왠지 뱃살에 기름이 잔뜩 낄것 같은 느낌이..ㅎㅎ;

    그림 속에 있는 베이컨 김치랑 같이 볶아 먹으면 무지 맛있을 것 같아요~~

    아 시간도 늦었는데..

    입에서 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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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도 베이컨 참 좋아해서 기회가 닿는 경우 지나칠 정도로 많이 먹는 편이지만 이건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무모한 도전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목숨을 건(?) 무도에 응원을 보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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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니...영양소나 그런건 둘째치고...

    베이컨만으로 한 달...



    우웩...생각만해도 콧구멍에 돼지 기름을 쑤셔 넣은 것 같은...

    호텔 조식 부페에 베이컨도 이틀만 먹으면 질리는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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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글만 읽어도 김치생각이....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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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예전에 '수퍼 사이즈 미'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 멕도날드 햄버거였나? 그것만 한달인가? 먹는 체험을 영화화한 영화였습니다.

    그때 주인공은 정말 힘겹게 기간을 채웠는데요 .. 결국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켰죠 ...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일단 체내 장기가 손상 되면 100% 다시 재 기능을 하도록 치유하는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

    저분도 그렇게 될까 걱정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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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저도 호주에서 싼맛에 베이컨만 계속 먹었더니 느끼해서 못먹겠더라고요 ㅎㅎ

    삼겹살은 또 어쨰 그리 얇은것만 파는지..ㅠ

    지금까지 삼겹살 먹고 싶어서 여행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슬픈 중생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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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zesty - 2009/02/04 00:05
    이거 참..가능한 분위기로 나가면 안되는 것인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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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용의자 - 2009/02/04 01:08
    소금에만 절이지 않은 베이컨이라면 김치랑 볶아 먹어도 아주 꿀맛이겠네요. 아...이거 점심시간에 이런 얘기하니 저도 군침이 흘러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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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컴속의 나 - 2009/02/04 02:25
    아마도 저사람 성격이 십중팔구 다혈질인듯. '욱'해서 저런 결정을 내렸을거라 짐작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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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JNine - 2009/02/04 04:06
    그럼 삼겹살만으론 한 달 버티시겠나요? 음료는 저사람처럼 물, 와인과 소주만 가능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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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풀베개 - 2009/02/04 07:57
    글만 읽어도. ㅋㅋㅋㅋ

    오늘 점심은 베이컨&치즈 샌드위치를 드시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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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greenfrog - 2009/02/04 08:09
    역시 greenfrog님은 자상한 인도주의자. ^^b

    저사람 웹사이트 들르셔서 걱정어린 응원 한마디 해주고 오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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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Zet - 2009/02/04 08:33
    한국사람들은 호주에서 베이컨과 많이 친한가 봅니다. 위에 댓글다신 zesty님도 3주 동안 베이컨이랑 맥주만 드셨다고 하더니. ㅎㅎ

    삼겹살이 그리우셨던 Zet님은 그럼 한 달 동안 삼겹살만 먹는 도전을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물론 음료는 위와 동일하게 말이죠. :) 가슴아픈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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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하루...이틀만 먹어도 느끼한데..

    한달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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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Odlinuf - 2009/02/04 12:22
    겁나게 맛있는 다양한 와인과 함께라면 혹시 가능할지도.



    하지만 삼겹살도 '삼겹살만'은 안될 것 같은데;; 상추나 깻잎에 쌈장은 있어야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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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으흠, 유학 할때 뭐 하나 지르고 돈 떨어져서 3주간 맥도널드 치즈버거로 삼시세끼는 아니고 아침 거르고 이시두끼 (그것도 물과 함께!) 먹은적 있는데 베이컨과 맥주, 와인, 말티니라면 호사일지도...



    정작 해보라 하면 절대 못 하겠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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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JUYONG PAPA - 2009/02/04 14:07
    저는 세 끼도 힘듭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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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Donnie - 2009/02/04 16:22
    베이컨도 싼 것은 아니라던데요. ㅎㅎ 말 그대로 명품 베이컨만 먹을 계획인가 봅니다. 자신도 가공된 베이컨을 먹었을때 건강이 우려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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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JNine - 2009/02/04 04:06
    이거 뭐..그냥 삼시세끼 제대로 드신다는 말과 뭐가 다르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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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저로고 싶을까 (2)"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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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Mr.MindEater™ - 2009/02/05 15:22
    저사람 지금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가끔씩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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