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8일 토요일

기억력 향상 비법은 낙서하기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붕어'라고 놀려대지만,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이스라엘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물고기에게 1개월 동안 특정 음악을 들려주면서 먹이를 주다가 4-5개월이 지난 뒤 다시 그 음악을 들려주자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으려고 그 자리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2006년에는 영국의 플리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Plymouth)에서 금붕어가 3개월 정도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친구들이 자신을 붕어라고 부른다면 그들을 살짝 무시해주고 놀림이 아니라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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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실험은 1개월간 반복학습을 통해 얻은 결과이므로 '3초 기억력'이라는 통설을 깨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공부도 마찬가지다. IQ가 높은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지능이 특출나게 좋지 않은 이상 반복학습 없이는 어떤 내용을 3개월 동안 기억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영국 University of Plymouth의 심리학 교수 Jackie Andrade에 따르면 낙서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Andrade교수는 최근 4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가지 실험을 했다. 모든 피실험자에게 어떤 파티에 얽힌 2분 30초 짜리 전화 음성 메시지를 들려줬는데, 20명(그룹 A)은 그대로 듣게 하고, 나머지 20명(그룹 B)에게는 여러 도형이 그려진 종이를 나눠준 다음, 메시지를 듣는 동안에 도형을 대충 칠하게 했다. 단, 이들에게 사전에 낙서를 따로 주문하지 않았고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며, 다만 이 메시지 내용이 다소 따분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고 한다.

   실험이 끝나고 두 집단의 참가자들에게 메시지에 등장한 여덟 명(파티에 가는 사람들)의 이름과 지나가듯 들리는 여덟 개의 장소명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라고 한 뒤 결과를 종합해보니, 놀랍게도 그룹 B에 속한 피실험자들은 평균 7.5명의 이름과 장소를 기억해냈으나, 그룹 A는 평균 5.8이 나왔다는 것이다.

   Andrade 교수는 사소하고 간단한 일이 원래 작업에 집중하게끔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 실험에서처럼 낙서 같은 사소한 작업이 어떤 일을 진행하거나 배우는 과정에서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하고, 오히려 일에 집중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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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얘길 듣고 나서 영어 듣기시험을 떠올려봤다. 물론 외국어라 쉽진 않겠지만, 많이 들으면서 낙서하는 훈련(?)도 같이 하다 보면 언젠가 영어 대화를 대충 흘려 듣더라도 위 실험의 정답률(94%)에 까까운 점수를 얻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야 더이상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겠구나.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분들, 이 방법을 스스로 실험해보시고서 성공기든 실패기든 상관없으니 그 결과를 알려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다. :-)

OE 1. 시험을 코 앞에 둔 분들에겐 절대로 권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다.
OE 2. 어제(2월 27일)는 영국 내 간질과 신경 섬유종증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National Doodling Day였다. 유명인사의 낙서 등 사람들이 제출한 낙서를 이베이 경매를 통해 기금을 마련한다.


Source: Newsweek, Science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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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1. 메모는 참 좋은 습관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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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교다닐때 다른건 못해도 분명히 낙서는 소질있게 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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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사야 - 2009/02/28 14:04
    메모는 좋은 습관임에 틀림없지만 과연 메모 수준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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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onnie - 2009/02/28 14:32
    Donnie님은 공부를 꽤 잘하셨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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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odlinuf - 2009/02/28 14:54
    낙서만 소질 있게 잘해서 문제였죠. ;-)



    아, 책상에서 편한 자세로 자는 것도 국보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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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회사에서 회의 시간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하면 무작정 적는 버릇이 있는데

    물론 낙서 수준의 메모지만 나름 도움이 되는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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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냥 리스닝을 할 때보다는, 적으면서 하는 것이 처음엔 더 정답을 맞히기 어려운 듯 하지만 결국엔 정답에 가까워지더라구요.



    낙서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지만, '메모'하는 습관은 예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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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엄마들이 보통 집전화로 수다 떨거나 전화통화하면서 일 할 때 종이에 뭔가 끄적대곤 하지 않나요...? 그게 불현듯 생각 나네요.

    (흠. 성차별 발언이 아니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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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대성의 생각
    기억력 향상 비법은 낙서?… 메모가 아닌 그냥 낙서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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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greenfrog - 2009/02/28 19:31
    그런 '메모' 말고 그냥 무의미한 낙서입니다. ㅎㅎ

    메모는 병적이지만 않는다면 좋은 습관이지요. 저는 애써도 메모하는게 쉽지가 않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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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곽군 - 2009/02/28 20:52
    외국어인 이상 시험 볼 때 메모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한다거나 머리가 좋아 지문 전체를 한 번만 듣고 기억할 수 있다면 모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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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ginu - 2009/02/28 22:12
    그러고 보니 저도 전화할 때 주위에 펜과 종이가 있으면 낙서하는 버릇이 있군요. 저...아줌만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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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저는 공책이나 책에 거의 낙서만 수두룩했던거 같네요.

    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글은 무시하고..그저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림을 만화처럼 그렸었는데..

    그럼 굳이 그 두꺼운 노트를 보지 않아도 시험기간에 만화만 보면 되니깐 공부도 잘되고..^^

    주변에서는 처음에 보면서 웃고 무시했었는데...놀건 다 노는데 성적이 잘나오니 무시도 못하고 한동안 친구들이 따라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메모는 즐겨서 적고 있는데...이 많은 종이들...나중에 재산이 되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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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UYONG PAPA - 2009/03/03 10:19
    주용아버님 친구들로부터 눈총을 좀 받으셨겠군요!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림과 공부를 매칭할 수가 있죠? 대단하단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앞으로 주용아버님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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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문제는 어디에 하느냐인데~~

    요즘엔 종이보다는 전자기기들이 워낙에 많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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