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8일 수요일

테디베어의 속내를 함부로 까발리지 말라

내 인생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져본 인형은 ET 인형이다. 어린 마음에 ET가 왜 그리 귀여워 보였는지. 부끄럽지만, 한동안은 잘 때도 곁에 두고 잔 것으로 기억한다. 비닐 비스름한 재질로 만들어져 1년도 못 가 헤지고 내용물이 튀어나와 아쉬움을 뒤로한 채 ET와 나는 헤어져야 했다. 아무리 장삿속이라지만 어떻게 인형을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 원. 우연인지 애니메이션 WALL-E에 등장하는 로봇을 볼 때면 그 ET 인형이 연상되어 가슴이 쓰라릴 때가 있는데...저 감수성 풍부한거 맞죠? -_-

인형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인형이 테디베어다. ET 인형처럼 어설프게 만들어서도 곤란하지만, 금과 다이아몬드 등 각종 보석을 사용해 수억 원을 호가하도록 만든 인형은 우리 '서민'들에게 있어 역시 곤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영국의 한 유명 백화점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8천만 원이 넘는 테디베어를 판 적이 있는데, 금사(金絲),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금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충분한가? 도대체 이걸 갖고 노는 아이들은 뉘 집 자식들일까.

image via Telegraph

하지만,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다. 아무리 비싸다 한들 까뒤집어 놓으면 그놈이 그놈인 걸. Kent Rogowski라는 예술가가 테디베어 인형으로 재미있는 작업을 했다. 멀쩡한 테디베어를 발랑 까뒤집어 속을 다시 채워넣고 전혀 새로운 테디베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내 마음대로 제목을 붙여봤다. '발랑 까진 테디베어'




앞서 소개한 8,000만 원짜리 테디베어도 뒤집어 놓으면 당연히 이런 모양일게다.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에 있는 그 뭣이냐...루이뷔통으로 치장한 2억 원짜리 테디베어도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Kent Rogowski의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작품을 구경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가한 시간에 들러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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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개:

  1. 발랑까진 테디베어..ㅎㅎ 그나저나 비싼인형은 이미 인형의 기능을 상실한거죠..^^ㅋ

    참,,남산꼭대기도 테디베어 전시를 하는거 같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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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이런. 절대 까보면 안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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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용이는 아직까지 인형을 너무 좋아하는거 같아요.

    지금도 인형보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네요. ㅋㅋㅋ

    예전 제주 테디베어에서 찍은 사진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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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544 Days - 테디베어 뮤지엄
    테디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애칭 1902년 11월, 미시시피로 곰사냥을 나갔던 미국 루즈벨트대통령은 한마리의 곰도 잡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보좌관이 어린 곰을 생포해와 사냥하기를 권했으나 대통령은 정당치 못한 일이라며 풀어 주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지의 만화가 베리만은 이 에피소드를 한 컷의 만평으로 그려 신물에 실었고 대통령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미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테디베어의 탄생 루즈벨트 대통령의 곰 사냥 일화가 널리 알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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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생각의 전환 ~ 흉칙한 테디베어 ~ ㅋㅋ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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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놈일 줄이야.

    이제 앞으로 상종 안 하기로 했습니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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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r.MindEater™ - 2009/01/28 14:02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테디베어에 열광하는듯해 보입니다. 그렇게 볼거리, 전시할 거리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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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돌이아빠 - 2009/01/28 15:19
    아니죠, 까서 실체를 밝혀야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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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JUYONG PAPA - 2009/01/28 17:36
    그러진 않으시겠지만, 혹시라도 인형이 남자가 커나가는데 방해요소가 되겠구나 싶으시면 이 사진들을 주용이게에 보여 주세요. 실체는 이런 거라고. ;)

    저도 트랙백 쏘러 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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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greenfrog - 2009/01/28 19:42
    링크따라 가셔서 한 10분 간만 구경하세요. 그럼 원래 테디베어가 적응이 안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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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Donnie - 2009/01/28 20:54
    속은 완전 누더기죠? ㅋㅋ

    Donnie님은 겉과 속이 같은 분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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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Odlinuf님, 설 연휴 잘 지내셨죠^^

    천민난만하고 귀여운 아이들의 장남감 마저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남감 마저도 상술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어른들이 문제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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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ㅋㅋㅋ 이건 모 프로그램의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독한 개그' 수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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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정말 독한 개그............ㅍㅎㅎㅎ

    근데 무슨 인형이 팔천만원..............지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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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Ruud - 2009/01/29 00:01
    그나저나 이 글의 포인트는, 오드리님은 "ET인형을 끌어안고 잔 적이 있다"는 것이군요... 나 좀 대단한듯?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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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컴속의 나 - 2009/01/28 23:12
    네, 조금 바빴지만 가족과 즐겁게 보냈습니다. 컴속의나님도 물론 즐거우셨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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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Ruud - 2009/01/29 00:01
    '독한 개그'식으로 소개할까 하다가 관뒀습니다. ㅋㅋ

    저는 ET인형을 끌어 안고 잤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습니다. 단지 곁에 두고 잤을 뿐.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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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LIeBe - 2009/01/29 00:21
    어디 뒤져보니 몇 십억 짜리 인형도 있더군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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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ㅋㅋㅋ 저 제주도에서 루이비똥으로 치장한 2억3천짜리 곰 밧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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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우와.. ㅋㅋ 귀여운 테디베어가 ㅋㅋ 속은 저렇다는 건 알구 있었는데.. 좀 그렇네여.

    그리고 뭐가 그리 비싼지... 그깟거 하나에.. 정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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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Linelans - 2009/01/31 12:28
    정말요?? 좋으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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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Linelans - 2009/01/31 12:28
    보셨군요. 부럽다고 해야하는데, 그다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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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와우 신기해요 - 2009/01/31 13:30
    그깟 곰인형 대충 헝겁으로 만들어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받을텐데 말입니다. 아무리 소장용이라지만 왜 저렇게 비싼 인형을 소장해야 하는지 저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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