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4일 토요일

역발상은 성공할 것인가 - 블로그 신문

지난주, 영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Ben Terrett에게 종이 신문 하나를 주문하려고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그와 내가 면식이 있다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그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상당히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신문을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신문 이름은 'Things our friends have written on the Internet 2008'. 우리말로 옮기자면, '2008년에 친구들이 인터넷상에 썼던 글들' 정도일 텐데, 이름이 말해주듯 Ben은 2008년 한 해 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인터넷(블로그, 트위터, 플리커 등등)을 통해 작성한 글 혹은 사진을 모아서 편집을 거친 뒤 멋진 종이 신문을 탄생시켰다. 그리고는 1,000부를 인쇄하여 그들에게 보내주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는 이들에게 모두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image by Ben Terrett (Flickr, Some rights reserved)


다음 주 정도 신문을 받아보고 나서 이에 대한 포스팅을 계획했지만, 동방예의지국(!) 국민답게 혹시 한국으로도 보내줄 수 있느냐는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는 사이 1,000부가 모두 매진돼버리는, 나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우선 신청해 놓고 연락할 것을 하고 많이 후회했는데, 어쩌겠나, 이미 버스는 떠났는걸. (동방예의지국이고 뭐고 필요 없다. 이런 건 일단 지르고 보자.)

한 해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평소 온라인/오프라인 친구들을 고려한 이런 이벤트성 프로젝트가 나름 의미 있어 보였다. 그래서 혹시 올해 말에 여건이 된다면 똑같은 신문을 나도 한번 발행해 볼까 하는데,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듯. (_ _)

내가 알기로 Ben은 이 모든 걸 자비(自費)로 해결했다. 기존 신문과 판박이처럼 보이는 게 싫다며 그 흔한 광고도 싣지 않았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폰트와 디자인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지금에야 생각이 났는데, 불순한 생각일진 몰라도 혹시나 이것이 그가 몸담은 회사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미국의 한 신생업체가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수익화하여 다음 주 화요일(1월 27일)에 첫 번째 신문을 발행한다고 한다. 종이 신문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무가지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즈 같은 굴지의 신문사까지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요즈음 역으로 web 게시물을 종이에 옮기려는 것이다.


The Printed Blog(신문명 및 서비스명) 창립자인 Joshua Karp는 다음 주 화요일에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료 주간지로서의 첫선을 보인 다음, 앞으로 미국 전역에 걸쳐 하루 두 번 발행하는 블로그 신문사(?)로 키울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The Printed Blog의 지면은 서비스에 등록(물론 저작권까지)한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사진, 글에 달린 댓글로 채워지고, 지역 광고를 실어 여기서 얻는 수익을 블로거들에게 나눠 주는 구조다. 또한, 기존 신문이 가진 기사 배치에서 벗어나 지면도 블로그와 최대한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며, 신문 배급도 배급소를 운영할 사람들의 집에 직접 인쇄기를 설치해서 운송비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리 역발상이 주목받는 시대라고 하지만, 과연 이 블로그 신문이 계획대로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그래서 블로거들에게 또 다른 수익원이 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현재 15개 정도의 후원 업체와 광고 계약을 맺었고 Karp는 앞으로의 행보에 매우 낙관적이라니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이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조금 부풀려서, 머지않아 웹에서 종이로의 회귀현상까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Source: NY Times, Wired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마케팅은 이 사람처럼 - I Wear Your Shirt
새 애니메이션 Coraline 팀의 블로그 마케팅
블로깅만 잘해도 장학금 받는 미국학생들
내가 찍은 사진이 영화에 쓰인다면?
한국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웹사이트


댓글 20개:

  1. 이미 비슷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있고 조금 다른 성격이지만 팀 블로그 같은것도 비슷하다고 여겨지는데...



    기업적으로 제대로 하면 새로운 문화가 태어날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재미난 소식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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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IeBe - 2009/01/23 22:41
    헛..피드백이 벌써. ^^

    블로거들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점은 팀블로그와 비슷할 수 있지만, 일단 종이신문 발행은 하지 않잖아요. 그것도 전국적으로. ㅎㅎ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저로선 금시초문인데 혹시 귀띔이라도 해주실 수 있을는지요. 매우 궁금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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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dlinuf - 2009/01/23 23:05
    종이 신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온라인 웹진을 말하는 것이었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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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IeBe - 2009/01/23 22:41
    아~ 웹진을 두고 하신 말씀이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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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종이로 된 자료가 좋습니다. 보지도 않는 책들을 모아서 책장에 두고 신문이나 잡지도 공간이 되는데로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게 정말 좋아 보이네요 ^^



    전 아직 블로그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어렵겠지만..

    저도 언젠가는 종이 신문으로 발행해 보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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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초보유저 - 2009/01/23 23:27
    지금은 읽지 않더라도 차차 읽으시면 되지요. ㅎㅎ

    저도 정독을 해야하는 자료라면 종이로 된 것을 선호합니다. 모니터로 보면 굉장히 산만해 지거든요. ^^

    저도 블로그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올 한해 구준히, 열정적으로 블로깅하시어 꼭 종이신문을 발행하실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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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Odlinuf - 2009/01/23 23:51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블로깅 해야겠습니다^^



    참!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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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물론 경우는 약간 다르겠습니다만, on20라는 국내 서비스에서도 시도했던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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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재미있는 생각인듯 합니다. 하지만 성공여부는 ...

    하지만 저런게 있다면 저도 제 블로그의 내용도 한 번 실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만큼

    재미있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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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초보유저 - 2009/01/23 23:27
    초보유저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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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리 - 2009/01/24 06:43
    블로그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아서 on20는 몰랐는데, 알아보니 오프라인 매체라는 점에서, 블로그 포스트들로 지면이 메꿔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블로거에게 또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블로거들의 참여도가 높으면 스폰서가 많아지고 따라서 수익은 증가하게 되겠죠.

    말씀하신 on20가 참 신선한 아이디어로 보여지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현재 정식 발간이 되지앟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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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greenfrog - 2009/01/24 08:37
    미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거 같던데, 혹시 이 신문이 나중에 잘되면 greenfrog님의 멋진 프로그래밍 실력을 세계 만방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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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수익까지는 좀 더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것 같고...

    일단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블로그의 글을 한 자리에 모아서 하드카피로 이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컴퓨터 앞에 마냥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더라구요. 잡지나 책처럼 쉽게 출력할 수 있으면 서점의 한 코너에 '글맛좀 있고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다양한 시선을 보이는' 블로거들의 '잡지'코너에서 즉석 출력? 뭐...이런거...(잠을 제대로 못잤더니 뭔 소리를 하는지...). 미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견본 출력물과 몇 권의 재고만 가져다 놓고 보고 괜찮다 싶은 것을 즉석에서 찍어 책으로 만드는 거죠. 서점 안의 제본서 같은 느낌이랄까. 출력물에 적당히 광고도 스폰 받고.



    예전부터 바코드 URL 혹은 RFID 같은 것으로 원본 정보에 대한 '요약'이나 '감상'이나 '추천'만 잡지/서적의 형태로 출판하고, 해당 컨텐츠에 접근 가능한 바코드 등을 매칭시켜서 모바일 장치로 읽는 것을 아이템으로 생각했었는데...모바일 관련해서는 통신사가 바코드 등록을 다 쥐고 있으니-_-;;

    일반인이 이미 등록되지 않은 바코드를 생성하게 해서 URL이랑 소셜 북마크 엮듯 엮을 수 있게 하면 재미있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인데 말이죠.



    에잇...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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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Nine - 2009/01/24 11:50
    다양한 사업구상을 하고 계시나봅니다.

    그런데 11시 50분까지 뭐하다 이제 주무신다는 말씀이신지.

    설마 술? 게임? 아니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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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Odlinuf - 2009/01/24 13:23
    논문;;;입니다.



    우리 나라 시간으로 오전 11시까지 초록 마감이고 교수님은 미국에 계시다보니-_-;; 새벽까지 써서 보내드리고, 피드백 받기위해 대기... 졸립니다용. 이제 집이라 좀 자려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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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JNine - 2009/01/24 11:50
    오..연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대한민국의 앞날은 정말 밝군요. 힘이 불끈 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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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미국에서 '블로그신문' 발간!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할까?
    미국에서 인터넷 블로그를 종이로 펴낸 ’블로그 신문’이 발간된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월 22일 소개했다. 시카고 소재 ’프린티드 블로그’ 사(社)는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지역별 생활 정보를 담은 신문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블로거 300여명과 출간 계약을 맺었으며, 우선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주간지 형태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뉴스보기: http://news.ch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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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보내주신 트랙백 보고 들어왔습니다. 깜냥닷컴(www.ggamnyang.com) 운영자입니다.

    사실 저도 이런 사업모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우면서도 약간은 조급한 마음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덤으로~ 블로그와이드(www.blogwide.kr)에도 방문하시어 블로그 등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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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블로그와이드 - 2009/01/29 10:03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도를 하시려는 분이 계시다니, 뜻밖입니다. 큰 모험이 될 수도 있을텐데, 꼭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블로그와이드는 예전 numz와 인터페이스가 비슷한거 같던데, 어떤 (부적절한) 관계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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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trackback from: 역주행: 인쇄물이 되어 배포되는 블로그?
    최근 미국 언론산업에서 들리는 소식의 핵심은 '신문산업의 몰락'이다. 신문사가 문을 닫거나, 또는 순수 온라인 언론으로 전환하거나 등등의 소식이 끝이지 않고 있다. 1.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전통 일간지 San Francisco Chronicle이 곧 문을 닫는다 한다 (미주 한국일보가 크로니클의 배급망을 이용한다고 하니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듯...). 2. 시에틀의 약 150년 전통 일간지 Seattle Post-Intelligencer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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