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9일 목요일

개인정보를 이딴 식으로 수집하나?

조금 전, 오랜만에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구매할 물건이 있어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노란색 편지봉투 아이콘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옆엔 '확인하지 않은 쿠폰(1)이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지만, 광고가 분명했다. 그래도 없이 사는 마당에(흑흑..) 1,000원 쿠폰이라도 감지덕지다 싶어 뭘까하고 클릭했는데,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보시다시피 온통 '옥션' 글자와 로고가 붙어 있다. '옥션에서 행사를 하나 보네?'


그래도 초등학교 다닐 땐 축구부 코치선생님이 날 스카웃까지 하려고 애를 쓰셨던 몸이라, 골키퍼의 허점을 바로 간파하고 나서 골대 오른쪽 아래로 느긋하게 밀어 넣었다. 그러더니 'GOAL'이라는 글자가 화려하게 지나간 다음 아래 화면이 나타난다.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입력하란다.


로그인까지 한 마당에 옥션에서 왜 이런 정보를 요구할까 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맨 마지막에 쓰여있는 글귀가 나를 열받게 만든다.

"본 이벤트는 옥션과 관련이 없으며, 입력하신 개인정보 또한 옥션에 제공되지 않습니다. 제공된 개인정보는 동양생명(주) 및 (주)디엔에스의 경품제공 및 이벤트 소식제공 등에 활용됩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다 급체해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린가. 옥션과 관련이 없다니. 이벤트 페이지는 옥션으로 도배해놓고 옥션과 관련이 없다니. 나야 컴퓨터와 친구 먹은 사이라 이런 지뢰를 (쉽진 않지만) 피해갈 수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와 서먹서먹한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 대부분은 개인정보 모두 입력하고 입력완료 버튼까지 누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고 나면 입력한 개인정보는 그 빌어먹을 동양생명과 디엔에스로 1/1000000000000초 만에 전송될 것이고. 이것은 낚시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명백한 악성 낚시다.

그 허울 좋은 마케팅도 좋지만, 돈도 좋지만, 이제 그만 좀 해라. 사람들 속여가면서까지 개인정보 가져가야겠나? 맨 아래 문구 적어놨으니 속인 게 아니라고? 이것은 마치 성추행범이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프리 허그(free hug)'해준다고 크게 써 붙인 다음, 맨 아래 조그만 글씨로 "본 이벤트는 본인의 성적 쾌락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쓴 것과 다름없다. 비단 위 업체들뿐만은 아니지만, 작작 좀 해 처먹어라.

OE. 평소와 다르게 말이 거친 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개인정보에 워낙 민감한지라, 흥분한 상태에서 글을 휘갈겼습니다.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 글

미용실에서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대한민국
7주동안 개인정보 노출한 미국 프린스턴리뷰
중국의 인터넷 통제는 어느정도일까?
나는 니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고 있다
다음도 나를 간택한 것인가?

댓글 31개:

  1. 전 개인정보에 민감해서

    저런 건 그냥 참가하지도 않아요..

    요즘에는 주민번호 넣고 주소넣고 회원가입하는 것 조차도 꺼름직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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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의자 - 2009/01/29 17:44
    저도 마찬가지지만, 위 경우는 다음화면으로 넘어가기 전까진 워낙에 옥션스러웠던 터라 돈에 눈이 멀어 저도 모르게 그만. T_T

    요새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는 이제 이메일로만 가입하도록 되어 있죠. 참 바람직한 현상이예요. 이제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바꾸는 일만 남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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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5천원, 1만원 쿠폰인가요?

    odlinuf님 성추행범 비유가 압권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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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런 스토리는 이미 수년전부터 유행했던거라...



    포탈이 운영하는 블로그 서비스에 저작권 침해 엠피쓰리의 일정 부분 책임이 포털에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게 저런건 옥션이나 지마켓들도 같이 욕먹어야 할 문제지요....



    아무튼 무개념의 대한민국 사업자들과 함께 당연히 똑같은 수준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많은 관공서와 정부 기관들....



    대한민국처럼 개인 정보가 싸게 팔리고 당연히 주고 받는게 일상인 나라........정말 희귀한 국가입니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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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블로그파업] 오늘은 프라이버시의 날! 인터넷마저 거세당한 한국은?
    [블로그파업] 오늘은 프라이버시의 날! 인터넷마저 거세당한 한국은? 많이 늦었지만 양심적인 KBS 기자와 PD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제대로 싸우길... * 참세상 / 프라이버시의 날, 우울한 한국 블로거-네티즌 여러분! 오늘(2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다들 생소하실 듯 싶고 들어보시지 못했을 듯 싶은데, 오늘이 바로 '프라이버시의 날(http://thepublicvoice.org/)'이라고 합니다. 프라이버시의 날은 많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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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Krang - 2009/01/29 18:44
    네, 왼쪽으로 넣으면 오천원, 오른쪽은 만원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른쪽을 노렸죠. 그런데 알고보니 상관없을 뿐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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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ieBe - 2009/01/29 19:18
    옥션도 걸고 넘어진 건데, 두 업체가 많이 부각되었나 봅니다. :-)

    제 블로그에 가끔 들러주시는 '우울한딱따구리'님이 그러시더군요, 우리 주민등록번호는 동네 자장면집 전화번호보다 못하다고. ㅋㅋ 정답입니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버릇이 잘못 들어서 그래요. 또 우리는 그걸 당연하게 여긴 탓이기도 하고 말이죠. 이제 우리가 정신차렸으니 그들도 정신을 하루빨리 차려야 할텐데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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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소용없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아직 멀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하면 '너 캥기는거 있냐?' 이런식인걸요 뭐...

    CCTV 감시, 수사시 문자 무단열람 뭐 이런거 스스로 찬성하는걸요...

    국민성이 의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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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런 식으로 개인정보를 빼가는 경우 참 많죠. 아주 악질적입니다.



    그리고 개인정보에 대한 관념조차 희박한 경우가 많아서 참... 프라이버시가 유명인들만 필요한 것은 아닐 텐데요. 하기야 요즘은 조금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주민번호 요구하는 사이트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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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네이트온에 들어갈 때마다 동양생명 낚시 떡밥 팝업이 주르륵 뜨는 것도 마찬가지네요.

    주민등록번호를 3천원짜리 별다방 커피 한 잔에 낚겠다니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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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초등학교 다닐 땐 축구부 코치선생님이 날 스카웃까지 하려고 애를 쓰셨던 몸이라"

    우왕 축구 영재 오드리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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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Ruud - 2009/01/30 01:52
    에헴. 'ㅅ'



    피싱 관련은 5년전 쯤에 eBay 사칭 이메일에 걸린 적이 있어서 신용카드랑 모든 웹사이트 계정 비밀번호 다 바꾼다고 식겁했었죠...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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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정말이지, 낚시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아주 질나쁜 낚시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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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광고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폭력적인 광고는 나쁜게 확실한 거죠.

    보고 싶지 않은 거 보여주고, 듣고 싶지 않은 거 들려주고, 가입하고 싶지 않은 곳에 가입시켜주고



    그럴 때에는 http://wstatic.dcinside.com/manage/hit/090105hit.mp3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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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이런경우가 꽤 많죠..

    저는 아에 지워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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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인터넷에선 눈부릎뜨고 깨알만한 글씨 놓치면 바로 낚인다는 교훈이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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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클릭만 하면 선물이 와르르~'



    클릭하면 기입해야할 정보와 팝업창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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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black_H - 2009/01/29 23:26
    사실 이 문제는 여러 사람이 고민해봐야할 딜레마입니다. 도둑 잡자니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그러지 않으면 도둑잡기 어렵고. 굳이 국민성까지 들먹이신 것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제 주위엔 사생활 보고가 먼저다 라고 하는 분들이 더 많은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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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에고 여전하지요 뭐. 어디 가겠습니까?

    저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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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bonheur - 2009/01/29 23:35
    우리도 스웨덴처럼 해적당 비슷한 단체하나 조직해야 할까봐요. ㅎㅎ

    이런 광고는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화가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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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ginu - 2009/01/30 01:11
    친구녀석 하나가 동양생명에 다니는데 야단좀 칠까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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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Ruud - 2009/01/30 01:52
    영재도 잘 짜여진 계획아래 교육해야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는겁니다. ㅋㅋ 지금은 영 꽝. 공 만져본지 언 백만년.

    hsbc 은행도 피싱피해사례가 있었는데, 그곳을 들어가보니 굉장하더구만요. 모르는 사람들은 걸려들 수 밖에 없는. 잘 아는 루드님도 당하는 판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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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옐 - 2009/01/30 04:13
    요새 옐님 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분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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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JNine - 2009/01/30 07:14
    이것도 혹시 광고 아닌가요. ㅋㅋ

    저 광고에 뒤통수 한대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매우 폭력적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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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JUYONG PAPA - 2009/01/30 11:01
    지워버리다뇨? 파폭 애드온같은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쓰신단 말씀이신가요?

    저는 필요한 광고도 있다고 판단하는지라 그런 프로그램을 쓰지는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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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Mr.MindEater™ - 2009/01/30 13:48
    아주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낚시를 하려면 저정도는 해야한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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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Donnie - 2009/01/30 14:34
    그러다 그 광고주 소비자들에게 한 대 얻어 터져서 이빨이 와르르 나갈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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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돌이아빠 - 2009/01/30 15:14
    예전보다 훨씬 더 악성으로 진화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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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하하하.. 어쩌면 이렇게 저하고 똑 같답니까..

    저보다 먼저.. 아니.. 제가 오드리님 글을 못 본것인가요?

    어쩜 같은회사라 등쳐먹는 방법이 똑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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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trackback from: 지마켓(Gmarket)의 눈속임 광고성 이벤트
    지마켓(Gmarket)의 눈속임 광고성 이벤트 오늘 지마켓에서 필터를 하나 샀습니다. DanielKang님의 좋은 필터를 써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Schneider 필터 B+W 007 Neutral MRC 77mm"를 구매를 한것이죠.. 구매중에 조금이라도 싸게 사볼 생각으로 쿠폰을 찾아헤맸지만.. 샵포탈을 통하여 접속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플러스접속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나오고 또 플러스접속을 해도 쿠폰 사용이 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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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Kay~ - 2009/04/08 20:29
    요새도 가끔씩 동양생명과 디엔에스라는 회사 이름으로 이 글을 찾아오시는 분이 있습니다.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분해하는 모양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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