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6일 화요일

따뜻한 결혼생활을 좇아 도망친 아이들

인생에서 결혼이란 매우 중요하다. 20-30여 년 동안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오던 두 사람이 만나 한집에서 살며 남은 인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여기는 것임과 동시에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을 주장하며 홀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곤 하나, 진정으로 독신을 즐기는 이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단순히 두 사람이 한집에 사는 것 이상이라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다. (나도 결혼하고 싶을 뿐이고! -_-)

결혼은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하는 것이 보통인데, 간혹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듯이, 둘이서 도망을 간다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식의 방법 말이다. 새해를 맞아 아프리카로 가서 따뜻한 결혼식을 올리려던 한 독일 커플의 계획이 경찰에 의해 무산되는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결정은 이들의 인생을 위해서 옳은 결정이었다고 굳게 믿는다. 조금 특이한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나이는 모두 합쳐 열하나. 다섯 살, 여섯 살 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순진무구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남자 아이의 일곱 살짜리 누나도 끼어 있었다. 이 깜찍한 사건은 아이들의 가족이 함께 모여 새해 전날 밤을 함께 보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남자 아이가 두 여자 아이들에게 최근 이탈리아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어린 마음에 충동적으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자는 결론에 이른다. 이튿날 새벽, 이들은 짐을 꾸려 부모 몰래 집을 나와 기차역에서 공항 가는 기차를 타려고 서성이다 역 경비원의 의심을 샀으며, 이윽고 경찰이 개입했다. 독일 경찰은 이 아이들을 돈이 없으면 공항까지 갈 수 없다고 설득하면서 한편으론 경찰서를 공짜로 구경시켜 준다는 말로 구슬려 다행히 부모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독일의 겨울이 얼마나 음산하고 추웠으면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문득 사계절이 (과거에는) 뚜렷한, 삼한사온의 겨울이 있는 대한민국에 산다는 사실이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적어도 따뜻한 곳에서 결혼하고 싶다며 야반도주하는 아이들은 없지 않은가. 참고로, 아래 그림은 구글 Earth에서 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Langenhagen)을 중심으로 하여 독일 영토를 캡쳐한 화면이다.


보이는 것처럼 현재 이 마을의 기온은 영하 12도다. 알아보니 2008년 12월 31일 이 지역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 근처, 최고 기온은 영하 2도, 해를 볼 수 있던 시간은 x표로 나타나 있다. 31일은 하루종일 해를 볼 수 없었다는 말일게다. 그리고 이 지역 사람들은 2주 동안 햇빛을 하루 평균 2.5시간 정도밖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영하 20도의 추위를 2년 이상 경험해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런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오랫동안 해를 볼 수 없다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도 지겹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을까.


Source: BBC News


댓글 16개:

  1. 웃다가 쓰러졌습니다.

    오호.. 날씨와 연관해서 이런 포스팅이 나올수도 있군요.

    독일..겨울에 갔을때 그 묘한 느낌에 사랑을 느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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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웃기지만..왠지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네요.

    윗분 말씀따리 날씨와 연관해서 이런 포스팅이 나올수 있다라는게 그저 신기할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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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으하하하 애들 정말 귀엽네요. 밤에 몰래 나오는 계획의 치밀함과 추진력을 볼때 대성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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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말 깜찍한 커플이네요. ㅎㅎ

    한편으론 부럽...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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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대따오/불면증 - 2009/01/06 17:21
    이렇게 재미없는 글을 읽다가 쓰러지시다니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ㅎㅎ

    저는 독일을 가보진 않았지만 겨울 날씨가 음침하다고 그러던데 정말인가요? 묘하다 하시니 정말인것 같습니다. 아마 독일사람들은 사랑이 아니라 만성 권태기를 느낄꺼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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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UYONG PAPA - 2009/01/06 17:28
    그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날씨라는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인데,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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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onnie - 2009/01/06 17:58
    귀여운 아이들이예요. 다섯 여섯살 때 가출도 해보고 결혼도 할뻔하고 ㅎㅎ 덕분에 독일경찰의 요주의 대상에 올랐지만 말이죠. 혹시 독일 출국 금지자 명단에 올랐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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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Krang - 2009/01/06 17:58
    Krang님 저랑 같이 결혼하시죠..? 써놓고 보니 이상하군요. 우리 결혼합시다...이것도 아닌데. 암튼 빠른 시일 내에 각자 결혼하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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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남자동생이 누나를

    주례선생님으로 쓰려고 모셨나보군요^o^ㅋㅋ

    귀여운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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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크윽 따스한 남쪽이라... 젠장 왠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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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Odlinuf - 2009/01/06 22:22
    댓글 앞줄만 보고 놀랐습니다 -_-;;

    순간 '혹시 스팸인가?' ㅎㅎㅎ

    사고(?)부터 치는게 빠를까싶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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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Krang - 2009/01/06 17:58
    작전 성공! ㅋㅋ

    사고는 드라마로 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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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Dongri~☆ - 2009/01/06 23:11
    뉴스에서는 누나를 결혼식에 필요한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데려갔을 수도 있다고 우스개 소리 비스무리하게 써놨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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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Ruud - 2009/01/06 23:42
    루드님 '젠장' 소리에 터져서는 콧물까지 흘렸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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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ㅎㅎ 자식들..구엽게시리~~ 그래도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입니다.

    자세한 정보를 동원한 글에 오드리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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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Mr.MindEater™ - 2009/01/09 13:01
    참 천진난만합니다. 이제 곧 MindEater님에게도 이런 아이가 생기겠죠?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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