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9일 금요일

인간 아이팟, 데렉 파라비치니

영국에 사는 데렉 파라비치니(Derek Paravicini, 이하 데렉)의 별명은 인간 아이팟이다. 우리가 MP3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저장 장치에 기억해 놓은 음악을 재생하듯이, 데렉도 한 번 들은 음악을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한다.

데렉 파라비치니는 1979년 임신 25주째에 태어나 출생 당시 몸무게가 500g을 겨우 넘었다. 산소요법을 동원해 목숨은 건졌지만 데렉은 실명했고 뇌까지 손상을 입었다. 시력과 뇌기능을 생명과 바꾼 것이다. 결국, 자폐증으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데렉이 두 살(우리나라 나이로 세 살 정도 되는 모양)이 되자 데렉의 부모는 아들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데렉은 식기 부딪치는 소리, 새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것을 흉내 내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혼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자폐아로만 클 줄 알았던 데렉의 부모는 곧 데렉을 런던에 있는 시각 장애인 음악 학교에 보냈고 그곳에서 스승 애덤 오클포드(Adam Ockelford)를 만났다.

데렉은 내가 피아노를 만지게 놔두지 않았어요. 데렉만의 영역이었죠. 내가 연주해볼라 치면 나를 때리고 머리로 밀어내기까지 했으니까요. 유일한 길은 데렉을 들어다 방 반대편에 옮겨놓고 피아노로 다시 오기 전에 재빨리 뭔가를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주 모습 등 기초 실력이 형편없던 데렉은 음악적 기초와 제대로 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런던 바비칸 홀에서 로열 필하모닉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관객 앞에서 첫 연주를 했다. 그리고 다음 달 3일, 8일, 14일, 올해 서른 살의 데렉은 세 도시를 돌면서 평생 처음으로 혼자만의 순회공연을 한다.

생명과 맞바꾼 음악적 재능. 한 번 들은 음악은 절대로 잊지 않고 연주해내는 '인간 아이팟'. 절대 음감은 바로 이런 데렉을 두고 하는 말일 테다. 모쪼록 데렉이 이번 공연을 큰 실수 없이 마칠 수 있도록 멀리에서나마 응원한다.

유튜브에서 Derek Paravicini로 검색하면 데렉을 다룬 동영상이 수두록하니 꼭 몇 개 골라서 보실 것을 권한다. 그 외에 데렉 파라비치니의 공식 웹사이트도 있다.


세계를 경악케 한 뮤직비디오
기억력 향상 비법은 낙서하기
음치를 벗어나 절대음감으로 거듭나보자
내가 쓴 글을 음악으로 표현해보자
콘서트에서 연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댓글 11개:

  1. 대단하네요..

    부모님도 대단하세요. 아이의 저런 재능을 일찍히 파악을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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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UYONG PAPA - 2009/05/29 11:17
    부디 주용이도 재능을 남들보다 일찍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 )

    설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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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단한 사람이군요..

    역시 뭔가 하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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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많은 사람이 원하지만 신경 예민한 사람에게는 저주받은 능력이라고도 하지요. -_- (아니, 절대음감 때문에 신경이 예민한 걸지도)



    알던 사람 중에 절대음감이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절대음감은 생각보다 많이 있는데, 절대음감을 갖고도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더군요. 음악가로 유명한 사람중에 절대음감이 아닌 사람도 많고-사실 대부분은 연습을 통해 음감을 익힌다고 하지요)이 있었는데 굉장히 피곤하다더군요. 예를 들면서 지하철 정차할 때 나는 끼익 거리는 소리의 음계 이름을 맞추는데-_-;;; 주변의 소리를 '잡음'이 아니라 '음계'를 갖는 정보로 받아들이게 되어서 무신경해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정신없다고;;;; 새소리, 쿵쾅거리는 소리, 문닫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모두 음계로 변환되는 상상은 잠깐은 즐겁지만 평생이라면 oTL 거기다 미묘하게 조율이 안된 악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음악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는 얘기도-_-;;;;;



    뭐, 그거와는 별도로 타고난 재능이니 잘 갈고 닦아서 연마하면 데렉씨처럼 남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쓰일 수 있지만요. 연주자가 즐겁게 공연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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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uro™ - 2009/05/29 11:23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비범하려다 제도권 교육이 망쳐놨다죠. ㅋㅋㅋ 농담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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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ahabanya - 2009/05/29 13:02
    동영상에서도 데렉이 기차 타고 가면서 음계 맞히는 부분이 나오는데 참.. 대단하기도 하고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본인이 좋아서 하는건지 본능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본능이라면 말씀하신 음악가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텐데 말예요.

    +저도 음악적 재능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나가면 어땠을까 하는 갑작스런 후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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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odlinuf - 2009/05/29 13:48
    오들리너프님이 음악을 계속 하셨다면

    오들리너프한 음악을 하고 계실 듯.



    기타나 피아노를 칠줄 안다면서 타악기로 다룬다던가

    뭔가 '정상적'인 음악은 아니고 좀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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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ahabanya - 2009/05/29 13:02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래봬도(?) 실제론 오들리너프하지 않답니다. ㅋㅋ

    아마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돼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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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와 대단하네요..

    하우스 에피중에서도 백치석학 피아티스트 이야기가 나오는데...이사람이 더 대단해보여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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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와아; 한번 들은 음악을 머릿속에 기억해놓고 그대로 재생이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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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종이소리로 만든 음악
    Sad Paper 비도오고 해서 우울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었습니다. 연인과 헤어지고 그간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추억과 함께 찢는 다는 설정으로 만든 곡입니다. 예전의 버라이어티한 곡들에 비해서는 살짝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그대로 갔습니다. 빗소리와 편지소리, 거리의 Ambience등을 녹음하는데에 조금 고생했지만 제 나름대로는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장르는 즐겨라 하는 Glitch지만 조금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소리의 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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