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5일 목요일

프랑스에선 돈만 있으면 어려운 숙제도 뚝딱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저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시 문제집을 한 권 풀라는 어머니의 명령을 받고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난 그다지 될성부른 떡잎이 아니었던 탓에 반쯤 풀다 짜증이 났고, 머릿속에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문제집 맨 뒤의 답안지를 보고 그대로 베끼는 것. 일사천리로 베껴나갔다. 다 풀고서(?) 어머니께 검사를 받는 시간. 갑자기 어머니가 웃으시고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시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셨다. 베끼면서도 답이 '생략'인 문제가 꽤 있어 줄곧 궁금했던 단어다.

   이 사건 덕택에 '생략'이란 단어의 뜻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었고, 아직도 중략, 생략이란 단어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곤 한다. 함부로 숙제를 베끼다간 큰코다친다는 교훈을 얻은 나름대로 값진 경험이었다. 내 경우처럼 '생략'이란 단어에 얽힌 추억이 있으신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하는데, 그분들은 자진 납세해 주시길. : )

   앞으로 몇 시간 뒤 프랑스 시각으로 3월 5일 오후 2시면 한 웹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한다. Fais Mes Devoirs란 곳인데, 뉴스에 따르면 이곳은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을 알선하는 웹사이트다. 간단한 숙제는 5유로(약 10,000원), 프리젠테이젼이 필요한 복잡한 숙제는 80유로(약 15만 원)라고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를 두고 프랑스 교육계에서 말이 많은가 보다. 이 서비스 업체 측은 단순히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일 것이기 때문에 숙제를 사더라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명한다.


   기사를 통해 domyhomework.com이란 곳도 가봤지만, 직접 서비스만 하지 않을 뿐이지 수많은 숙제 도움 웹사이트를 연계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숙제 포털 사이트'다. 이 중 한 웹사이트를 둘러봤다. Any Time Tutor란 곳인데 학생이 이메일이나 팩스로 문제를 보내면 한 시간 내로 답안을 보내준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이곳이 정해놓은 가격표다.

   돈을 받고 숙제를 대행해주다니, 세상사에 쫓겨 지내던 나머지 이런 곳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이런 웹사이트가 있나 검색해봤는데 과연 정보통신강국답다. 방학숙제를 돈 받고 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숙제를 대신 해주겠다는 카페와 블로그가 상상외로 많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을지 모를 현재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생을 조금 더 산 선배로서 여러분에게 도움될만한 말을 해주고 싶다. 개인지도 차원을 벗어나 생각없이 단순히 돈만 주고 숙제를 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남는 게 없다. 친구가 한 숙제 베껴봤던 사람은 알겠지만, 뭐 남는 게 있던가? 괜히 눈앞에 불 꺼보겠다며 이런 곳에서 돈 낭비, 시간 낭비하지 말고 숙제는 자신의 힘으로 하기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그것이 네가 잘 살고, 가족이 잘 살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대접받는 길이다.


Source: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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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9개:

  1. 옛날에 읽었던 숙제주식회사가 생각나네요. 뭐.. 그 나이때는 숙제보다 밖에서 뛰노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요;; 아마 이 사이트가 없어져도 숙제 배끼기는 영원히 계속되리라 생각됩니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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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금이 - 2009/03/05 14:58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날 줄이야. :-)

    돈주고 숙제를 산다는 것이 저로선 이해되질 않습니다. 그런 것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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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 숙제 베끼기는 만국 공통이군요..



    그런데.. 80유로쪽에 15만 6천원이면 매우 비싼게 아닌가요?



    과연 누가 하려고 들지..



    다시 보니 80유로면 1만 6천원 아닌가 싶네요.



    사소한 거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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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ikalee - 2009/03/05 15:08
    아이고, 그렇군요. 제가 숫자를 잘못 봤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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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실은저도.. 2학년때인가 문제집 뒤에 답을 베껴쓰고 뻔뻔히 있다가 ㅋㅋㅋ 된통 걸려서 혼난적이 있어요.

    답을 밀려썼더군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하하하 먼지나게 혼났어요.



    아 정말 저런거 돈주고 하는게 어렸을때부터 시작되면 안되는데. 돈주면 내가 해야하는 일도 남에게 떠맡길수있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자리잡으면 무척이나 안좋을것같은데 말에요.



    여기도 에세이 숙제 대신 써주는 서비스가 엄청 많아요 ㅋㅋㅋㅋㅋㅋ

    대략 에세이쓰는걸 애들이 제일 싫어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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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별헤는밤 - 2009/03/05 15:15
    역시, 별헤는밤님은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 농담이고, 많이 양보해서 어려운 문제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더라도 쉬운 문제마저 돈받고 도움을 준다는 건 지나친 상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더군요. 에세이 써주는 것도 그렇고 인터넷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수하고 광명찾으셔서 저도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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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pikalee - 2009/03/05 15:08
    16만원 맞는데요.

    1유로=2000원

    유로가 달려보다 비싸고 달러가 1500원 이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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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한국에도 숙제대행 사이트가 얼마나 많은데요.

    하다못해 대학에서 제출하는 레포트도 돈을 받고 파는 세상이니 말 다 했다 싶습니다.

    저 같으면 차라리 그거 살 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더 보고 싶네요.

    그건 나름 정당한 도움이 되니까(?) 말입지요 ㅎㅎㅎㅎ



    해외에도 숙제대행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은 좀 놀랍네요. 글로벌한 숙제대행의 세계~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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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대학 입학하고 머리아픈 과제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데 재밌는 정보로군요.(물론 사용하진 않을겁니다.)



    예전, 중학교 수학 공부를 답지 배겨쓰기 공부로 대체하다가 고등학교에서 피눈물을 흘린 생각을 하면, 절대로 그렇게 못하죠...하핫.



    아무튼 한국 뿐이 아니라 외국에도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건 참 재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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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ss추가가 늦었습니다.

    오늘에야 겨우 시간을 내서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과 관련없는 댓글이라 죄송하지만,

    추가해 놓고 자주 들르겠습니다 ^^

    좋은하루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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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름,주소,전화번호도 알려주세요! ^^

    혹시 모르니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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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자수~



    ㅋㅋ



    하지만 생략이라는 뜻을 알고 나서도 뻔뻔스럽게 생략을 답에 쓰곤 했습니다.

    설명하자면 기니까 직접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생략을 사용하곤 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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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내용도 내용이지만, 5유로=만원에 오늘도 발등을 찍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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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냥 차라리 안하기라도 하면 중간이나 간다 -_-;;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진작좀 생기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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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저는 어머니께서 항상 답안지를 찢으신 후 문제집을 주셔서 답안지 찾다가 많이 혼났었죠 ~~~ ^^

    숙제를 대신 해주는 사이트라 ... 우리나라에도 대학생들 Report 내려받을수 있는 사이트 있잖아요 ~~~

    별로 긍정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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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네 ^^ 님의 글 한개 퍼갔습니다. ^^

    펌글 출처 표시했구요.



    좋은 글 , 좋은 정보글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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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숙제중에 Java도 있네요...알바나 해볼까요ㅋㅋ



    대학생리포트도 $으로 사고 파는 세상에 살고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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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진사야 - 2009/03/05 20:11
    학교를 졸업한지가 오래돼놔서 레포트를 공유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중고등학생들 숙제까지 돈받고 대행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어른들이 우리를 보고 그렇게 느꼈겠지만, 요즘엔 뭐든지 쉽게 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군요. 얼마나 더 쉬워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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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위상 - 2009/03/05 20:18
    간단한 숙제라도 부디 본인이 직접 조사해서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은 (반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 참고하시고요. 이런 곳을 이용하지 않으실거라니 다행입니다만. ㅎㅎ 즐겁고 알찬 대학생활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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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무한 - 2009/03/05 21:43
    늦다니요, 뭐 그리 급한 거라고. 저 어디 도망가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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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Kay~ - 2009/03/05 23:49
    아, 네. 곧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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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JNine - 2009/03/06 01:39
    저랑 비슷한 실수 하신 분이 꽤 계실 줄 알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생략이란 단어의 뜻은 이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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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ginu - 2009/03/06 11:36
    아, 지난 번에 1000유론가 얼마를 파셨다고 그러셨지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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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JUYONG PAPA - 2009/03/06 11:38
    공부 잘하셨다면서요~ 그것도 그림 공부법으로.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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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명이 - 2009/03/06 11:57
    어허..자꾸 이런 류의 댓글이 보이는데, 문제가 많군요! ㅋㅋ

    진작 생겼으면 명이님께선 지금쯤...뭘 하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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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greenfrog - 2009/03/06 12:27
    어머님께서 숨기신 답안지를. ㅋㅋ 살짝 집요하신 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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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재즈라떼 - 2009/03/06 15:19
    재즈라떼, 이름이 참 마음에 드는걸요. 달콤한 재즈를 듣는 듯한 분위기.

    재즈라떼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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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okgosu - 2009/03/06 19:36
    okgosu님 java에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그래도 그러시면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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