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1일 수요일

구글은 마을 이름도 바꾸게 만든다

  이제는 구글 검색 결과에 맞추어 마을 이름도 바꿔야 하나보다. 어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썼지만, 하루 만에, 그것도 현재 진행형인 구글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프랑스의 유서깊은 한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가에 자리 잡은 Eu란 작은 마을이 있는데,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교롭게도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와 이름이 같다. 이 프랑스 마을 Eu는 1840년대 프랑스 시민왕 Louis-Philippe의 여름 휴양지로 이용되었을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임과 동시에 관광지다. 구글.com에서 'eu'를 검색해보자. 첫 페이지에서 Eu 마을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가? 난 20페이지까지 가다 포기했다. 죄다 유럽연합 EU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런 검색 결과가 Eu 마을로 관광하러 오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작년, 이 마을에서 걷힌 호텔 세금은 기존의 1/3 수준(€7,700)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마을 지자체장 Gaouyer씨는 마을 의회의 동의를 얻어 Eu를 'Eu-le-Château' 또는 'Eu-en-Normandie'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어떤 검색엔진을 이용하더라도 이 마을 웹사이트나 관광정보가 검색결과의 맨 위에 랭크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마을 의회의 동의를 얻더라도 프랑스 의회의 동의까지 얻어 최종적으로 마을 이름을 바꾸는 데 최소 4년이 걸린다고 한다.

  Eu 마을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고자 이 마을 웹사이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관광지라고 하니 웹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구글 프랑스에서 'eu'를 검색하자 이 마을은 검색결과 첫 페이지의 맨 위에 나타났다.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 봤다. 그런데 프랑스어다. 유명 관광지라면 있어야 할 'English' 버튼(영문 전환)을 찾았지만, 웹사이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명색이 관광지라면서 이 무슨 행패인가. 이것만 놓고 보자면, Eu란 마을은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불어권 나라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즉, 이 마을의 주된 타겟은 프랑스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 프랑스 검색에서 Eu 마을이 가장 먼저 나타나니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닐까?

  영문 웹사이트도 운영하지 않으면서 구글 영문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랭크되길 원한다니, 이 마을은 뭔가 한참 잘못 생각하는 듯하다. 관광 수익이 줄어든 것은 검색결과 때문이 아니다. (가보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못 느낀다거나, 홍보 부족이거나, 경제 불황 탓이거나, 이 셋 가운데 하나다. 그곳을 꼭 가야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고 만다. 수익을 좀 더 늘여볼 심산이거든 검색결과를 탓하지 말고 영문으로 된 번듯한 웹페이지나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좋아하는 SEO를 충실히 곁들여서 말이다.

OE. 구글 검색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구글을 단적인 예로 들었을 뿐 야후나 기타 검색엔진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Source: Times Online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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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1. 사람들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못 느껴서가 아닐까 싶네요....



    근데 eu oddly 로 검색하니깐 맨 첫페이지에 뜨네요...



    걍 마을이름을 oddly eu로 하면 좋을듯 ^^;



    with okg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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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으와 그런 경우도 있군요.

    오바마 대통령 당선 덕분에 뜬 일본 오바마 마을은 그 반대의 경우겠군요. ^^;;

    그래서 이름도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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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검색결과 때문에 마을 이름을 바꾸다니...= =

    확실히 영문웹사이트 운영이 절실한 곳이네요. 영어로 운영되는 웹사이트가 아니라니 ㅎㄷㄷㄷ

    저 마을 정보 찾아 보시는 분들 참 애로사항이 많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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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우리 나라에도 어느 정도 해당이 되는 사항이네요.



    도대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쥐뿔도 모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도 없고

    경쟁력은 알아서 없애고(홍대, 피맛골, 개념없는 재개발), 만들기 힘든 이미지는 만들어 보려고 애쓰고(동대문 공원화, 용산 공원화)... 유적지가 되고, 역사가 될만한 흔적 없애거나 덧대는데는 선수들;;



    문제가 뭔지 모르니 해결 방법도 엉뚱한 곳에서 찾는 꼴이군요 ㅋㅋ



    제가 유인촌장관 자리에 있다면,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할 겸 재택으로 각자가 사는 지역의 역사/지리/문화/먹을거리/놀거리/숙박업소/사진 등을 발굴해서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에스파냐어 등으로 어설프게라도 번역해서 엮게 할텐데 말이죠. 애들은 공부도 하고, 우리 나라 역사와 문화도 알고, 풍부해진 컨텐츠를 바탕으로 만화/소설/영화/드라마의 이야기 소재도 될테고...학교 교육이랑 엮으면 애들한테 숙제로 내줘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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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개인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각국 선수 입장때

    나라 소개 글이 떠오르는 군요



    어느 나라 였던가요,

    "구글 창업자의 결혼식 장소" 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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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오드리님, 이제 해외 컨설팅까지 하시는 건가효? 키키

    그러고 보면 의외로 수입이 짭짤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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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영문 웹사이트 하나 구축해 놓지 않고 검색어 문제 삼는것 자체가 너무 한심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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