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0일 화요일

영국인의 독서, 거짓말 그리고 조지 오웰

  "영국인에게 젠체하려거든 조지 오웰을 들먹여라. 조지 오웰의 책을 읽었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읽지 않았더라도 읽었다고 우기면 그 영국인은 당신을 다르게 볼 것이다." 여기까지 로이터의 한 기사를 Oddly Enough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두 줄짜리 기사 평이다.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영국인 응답자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인데도 읽어봤노라고 남에게 거짓말을 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책의 날'은 매년 4월 23일이지만, 영국과 아일랜드에선 3월 5에 행해진다. World Book Day가 책의 날을 맞아 벌인 설문조사에서 1,342명 중 65%에 해당하는 사람이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했었다고 대답했으며, 이 사람들 중 42%가 조지 오웰의 '1984'를 꼽았다.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응답자는 남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조지 오웰 다음으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젠체할 때 유용한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아래가 바로 World Book Day가 조사한 10권의 책이다.

순위 책 제목 / 작가 비율
1  1984, George Orwell 42%
2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 Leo Tolstoy 31%
3  율리시스 (Ulysses) - James Joyce 25%
4  성경 24%
5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 Gustave Flaubert 16%
6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 - Stephen Hawking 15%
7  한밤의 아이들 (Midnight's Children) - Salman Rushdie 14%
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n Remembrance of Things Past) -  Marcel Proust 9%
9  아버지의 꿈 (Dreams from My Father) - Barack Obama 6%
10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 Richard Dawkins 6%

  이 밖에도 영국인이 상대방을 속이고자 자주 들먹이는 작가는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허먼 멜빌 등이 있다. 따라서, 위 목록에 있는 책과 작가만 섭렵해도 좋은 인상은 물론 그들과의 비즈니스에서도 좋은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수 있으니 영국에서 공부하는 분이나 영국 기업과 거래하는 분은 참고하시길.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에 불과하므로 맹신은 금물이다. 그리고 앞으로 영국 사람이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할 땐 한 번 더 확인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성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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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도 그런 적이 있을까 하고 기억을 되짚어봤으나, 학창시절에 부모님께 보지도 않은 참고서나 문제집을 봤다고 거짓말한 것 빼곤 책과 관련하여 남을 속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동화책처럼 쉬운 책도 읽지 않은 사람과 읽은 사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거짓말하다 들통나는 게 더 쪽팔리다는 것을 명심하자.


왠지 관련있어 보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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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개:

  1. 읽었는데 안 읽었다고 뻥친 책은 있네요. :D



    주로 빨간 내용이었던듯... (이런 Donnie도 빨치산 빨갱이! 의 빨강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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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eorge Orwell의 1984는 어떤 내용일까요?



    예전에 군대 갓 제대했을 때 선배만나러 갔다가 시내에서 책파는 잡상인을 만났어요...

    근데 그 잡상인이 나한테 세계문학 전집이랑 현대 문학에 나오는 책중에 읽어 본게 뭐 있냐먼서 면박을 주더라구요.



    순진한 마음에 그리고 쪽팔리기도 해서 덜컥 책을 40권 사서 집에 들고온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다달이 할부금 지로 용지서가 6개월이나 날라왔죠....

    책 안읽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with okg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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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동물농장』, 조지 오웰, 민음사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동물농장』, 조지 오웰, 민음사 2007년도에 대학신문에 연재한 서평을 올리고 있습니다. A4 한페이지 분량으로 연재 했던 것이라, 내용이 두서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인지, 책 선정과 서평 내용이 정치 색을 띄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조지오웰은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재미와 사회성, 둘다 놓치지 않고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그의 소설이 저는 참 좋습니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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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읽다가 포기한 책이 2개나 있네요. ^^



    율리시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멋진 소개 잘 봤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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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기 소개 된 책 중에 읽어 본 책이 한 권도 없으니 저도 어지간히 책을 멀리하고 산것 같네요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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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거 왜 이래! 난 율리시즈와 피니건의 경야를 하룻밤만에 독파하는 사람이야!

    하면 런던과 더블린의 바보들은 오오오하며 저를 경배할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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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onnie - 2009/03/10 23:35
    저도 봤던 비디오 안봤다고 거짓말한 적은 있습니다. ㅍ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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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okgosu - 2009/03/11 01:03
    그야말로 충동구매를 하셨군요. 그 잡상인 크게되겠는걸요. ㅎㅎ

    좋은 책이야 읽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남을 속여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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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하민혁 - 2009/03/11 05:01
    그래도 2권은 접해보셨으니, 영국사람 앞에서 우쭐하셔도 될 것 같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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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greenfrog - 2009/03/11 08:02
    동감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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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ginu - 2009/03/11 09:54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죠. 위 결과대로라면. 표본이 얼마나 정확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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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그러지말고 한번 읽어보세요. 조지오웰의 1984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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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리카르도 - 2009/03/11 22:00
    리카르도님이 강추하시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욕구가 불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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