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7일 화요일

자치단체장 저울질하는 영국의 한 마을

  2004년 3월 12일 아침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던 날이다. 부끄럽게도 이 소식을 한 이탈리아 녀석에게 전해들었다. 대머리에 정말 밥맛 떨어지는 행동을 하고 그에 걸맞은 성격까지 가진 녀석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는 내게 조소(그렇게 보였다)를 띠며 오더니 "너희 대통령 탄핵당할지도 모른다든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드러내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 기분 더러웠다. 좋은 일도 아닌데, 다른 나라 녀석에게 전해 듣다니.

  영국 버킹엄셔州의 High Wycombe라는 마을에서 행해진다는 한 풍습(전통)에 대한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5년 전 이 사건이 떠올랐다. 그다지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생각이 났을까. 여하튼, High Wycombe에서는 마을의 자치단체장(편의상 이하 시장)을 매년 저울에 매단다고 한다. 검색해봐도 공식적인 문서나 기록은 찾을 수 없으니 사실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몇몇 외국 블로그에 올려진 글과 한 장의 사진만으로 짐작할 뿐. 아마도 너무나도 작은 마을의 풍습이라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BBC에서 기사를 찾았다. 그리고 Wycombe 자치단체 웹사이트도.

image via Mayor of High Wycombe

  위 사진이 바로 그 장면이다. 시장이 저울에 올라가 앉았고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만약 몸무게가 임기 초 혹은 이전 해에 잰 몸무게에 비해 조금이라도 늘었다면 시민들이 조롱하거나, 이따금 토마토 등 썩은 과일을 던지기도 한단다. 시민의 혈세로 살을 찌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도구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 마을 풍습, 또는 하나의 볼거리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Scales of Justice'가 아닐 수 없다.

  Wycombe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풍습은 16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장을 저울에 매달아 몸무게를 재고, 업무 평가를 하다니. 이것도 국내 도입이 절대적으로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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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1. ㅋㅋ재밌네요., 관광상품화해도 재밌을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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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거 우리나라에 빨리 도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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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국은 정치도 선진국이네요....



    우리나라에 과연 도입될 수 있을지....



    with okg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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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재미있는 풍습이네요 ~~ 재미도 있고 정말 살이 많이 쪘다면 편하게 자리만 지켰다고도 볼 수 있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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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군요.

    이몽룡의 어사시가 생각납니다. 어서 빨리 도입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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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으하하,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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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Krang - 2009/03/18 00:15
    저울에 올라앉은 시장에게 관광온 사람들이 썩은 과일 던지는 것도 괜찮겠죠? 살아남진 못할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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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컴속의 나 - 2009/03/18 01:25
    네, 아주 시급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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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okgosu - 2009/03/18 03:31
    돈을 주고라도 수입해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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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greenfrog - 2009/03/18 08:07
    저 행사 있기 한 달 전부터 열심히 살빼는거 아닌가 몰라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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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indEater™ - 2009/03/18 09:05
    도입되면 몰매 맞을 사람 많죠. 일단 국회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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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진사야 - 2009/03/18 12:21
    보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뻘줌할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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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JUYONG PAPA - 2009/03/18 13:58
    재미있는 만큼 얼른 도입해야합니다. 국민이 웃을 수 있어야 행복한 나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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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trackback from: 국내 도입이 시급한 것들
    해외에서 성적으로 자유적인 것과 획기적인 상품이 나오면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라는 댓글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재미삼아 “국내 도입 시급”으로 검색해 모아 본 것들 1. 체코는 인권논란에 불구하고 성범죄자를 거세하는 것 관련 뉴스 링크 2. 영국의 한 인도협회가 신은 없다고 버스에 광고 추진 관련 뉴스 링크 3. 비키니 입고 세차하는 세차장 4. 획기적인 통행제한 장치 5. 일본의 노상 스트립쇼 6. 과속방지턱 7. 과도한 노출의 아나운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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