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월요일

쓸데없이 비싼 생활용품 7종

  몇 년 전 서울 강남의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14만 원짜리 지우개가 유행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인 구찌에서 만든 지우개가 선물용으로 국내에 유입되었다는 것이었는데, 쓰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어른이 더 큰 문제다. 경험상 몇백 원 더 비싼 지우개가 잘 지워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10만 원이 넘는 지우개는 종이에 슬쩍 갖다 대기만 하면 요술처럼 글씨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다음 일곱 가지 물건에서 이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쓸데없이, 터무니없이 비싼 생활용품이다.

1. 사무용 칼(cutter)

  아래 사진의 칼은 Tobias Wong이란 사람이 디자인한 것으로 주조된 니켈 덩어리를 레이저 에칭처리하고 크롬으로 도금했다. 가격은 약 14만 원.

2. 컵라면

  영국 런던에 있는 Harrods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로 매장 곳곳을 도배한 곳이다. 주인도 아랍 사람이고 물건을 사는 손님도 대부분 돈 많은 아랍 사람들이다. Harrods에서 출시한 컵라면이 하나 있었으니 가격은 약 61,500원. 용기 안에서 6만 원 어치 면이 샘솟나 보다.

3. 술잔용 둥근 얼음

  양주 파는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음은 육면체다. '스카치 온더락스(on the rocks)'라 주문하지 말고, 이젠 '스카치 온더스피어스(on the spheres)'라고 해보자. 이 말은 자신에게 돈이 (겁나게) 많다는 뜻을 내포한다. 미국 Glace Luxury Ice 社에서 만든 이 6.3cm 지름의 럭셔리 얼음은 하나에 약 만 2천 원이다. 다섯개들이 세트에 약 6만 원, 240개들이 세트는 약 2백만 원이다. 이 얼음엔 어떠한 오염 물질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4. 스테이플(호치키스 핀)

  한 장 이상의 종이를 간단히 묶을 때 스테이플러 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다.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할 때나 어떤 문서를 보관하는 데 필수품이다. 우리는 철로 만들어진 스테이플을 쓰지만 어떤 사람들은 금으로 도금된 것을 사용한다.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상자에 우리 돈 약 26만 5천 원.

5. 테니스공 캔

  주로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이 한 개 정도 가진 원통 모양 상자. 이런 운동의 특성상 공 하나만으로 경기하는 것은 상당한 육체적 노동이 뒤따르기 때문에 여러 개의 공을 통에 담아 코트에 가지고 나간다. 공을 살 때 주는 통을 쓰는 게 정석(?)인데, 무려 220만 원짜리 테니스공 캔이 있다. 보석 좋아하는 여성 대부분이 흠모해 마지않는 유명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Tiffany) 제품.

6. 진공청소기

  조합이 상당히 아이러니한 제품이다. 마치 "청소기는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고 외치는 듯이. 유명 가전제품 회사인 Electrolux에서 만든 이 진공 '청소기'는 표면에 3,730개의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크리스털이 박혀있다. 폴란드 디자이너 Łukasz Jemioł이 디자인한 이 청소기의 가격은 약 2천8백만 원. 청소하다 크리스털이라도 우수수 떨어지는 날엔. ㄷㄷㄷ

7. 우산

  한 때 베네통의 사업 파트너였고, 현 F1 팀 CEO인 Flavio Briatore와 디자이너 Angelo Galasso의 패션 브랜드 Billionaire Couture에서 지난 연말 우산 하나를 선보였는데, 그 가격만으론 웬만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어야 한다. 만약 뒤집히기라도 하는 날엔 바로 반품이다. 또 그만한 서비스가 되어야만 하는 액수다. 약 7천2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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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개:

  1. 인간의 허영을 노리는 상품도 대체만족이야 있겠지만

    이거야 원 겁나서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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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반성합니다
    기껏해야 2,000,000 원도 하지 않는 건담을 가지고 비싸다느니 어쩌니 하고 말한 것, 정말 반성합니다. 정말 지금까지 콩깍지 안의 콩알처럼 좁은 세상을 보고 살았던가 봅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비싼 일상용품도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에르메스 연필이니 구찌 지우개니 하는 것들도 다 애들 장난일 뿐입니다.



    아아, 72,000,000 원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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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 쓸데없이 비싸군요... 덜덜...

    무서워서 사서 쓰고 사서 먹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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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트랙백합니다. 무시무시한 가격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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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다양한 구형 얼음을 만들어주는 업소용 아이템... Ice Mold
    얼마전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속 한장면... 검은 조직의 일원인 베르무트가 코난이 나누는 이야기를 도청하던 중 마시는 술잔에는 완전한 구에 가까운 커다란 얼음이 담겨져 있었다. 대략 이런 모습의 커다란 얼음... 그다지 알콜성 음료와는 친하지 않다보니 그런 얼음이 실제 판매되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커다란 얼음의 모습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실제 이런 얼음을 만드는 도구인 Ice Mold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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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한국에 들어오면,

    그래도 상류층(?)들 사이에서는 불티나게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은,

    저만 해 본 것일까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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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비싸네요..^^;;

    이런 물건을 사는 이들이 있기에 나오는거겠죠.

    근데 얼음은 맛은 같을거 같은데...━,.━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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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진짜 겁나서 못쓰겠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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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면도날 추가합니다. ㅠㅠ

    근데 위에 소개된 생활용품은 명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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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둥근 얼음 왠지 끌립니다. 으하하하하하하 이뻐보여요 >_<



    그나저나 스카치 온 더 스피어스라... 일반 스카치 온 더 락스도 쉽게 못 마시고 있는데, 으허허허헣 ;ㅅ;

    언제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아한 클래식을 들으며 혼자 폼 잡고 스카치 한 잔 할 수 있을까요? ㄷ...돈이 문제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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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우왕...신기하네요...^^



    맨 밑에 우산은 배트맨이 들고다니면 딱일 것 같네요...



    with okg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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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이런 물건을 사는 사람은 어차피 비슷한 물건이 얼마인지 모를 것이라는 것에 200원과 내 왼쪽 검지손가락 밑의 때를 겁니다. 정몽x씨가 버스가 얼마인지 몰랐던 것 처럼...어차피 자신이 계산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다니는 가게에 '가격표'라는 것이 적혀있는 경우도 드무니...



    이를테면 월급이 200만원인 가정에서 컵라면 하나가 1000원이라면

    일급이 500만원인 사람에게는 컵라면 하나가 6만원인 것이 그리 비싼 것은 아닌거죠.



    마찬가지 비례식이 대부분의 물건들에 성립...

    재산이 조단위(빌리어네이어)인 사람과 억단위(밀리어네이어=10억)인 사람의 물건값 인식을 따지면 100배 정도 비싼 물건도 이해가 가는거...서민(?)과 밀리어네이어의 물건값 인식이 대략 5~10배 정도 차이 나는 것도...



    즉 일반인의 적당한 성능의 손목시계 5만원

    밀리어네이어의 적당한 성능의 손목시계 50만원

    빌리어네이어의 적당한 성능의 손목시계 5000만원



    비례식으로 따지면 No problem-_-;; (물론 그것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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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완전 대박이군요 ~~~ 정말 쓸데없이 비 ~~ 싸 ~~ 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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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뭐라 할 말이 없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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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라면과 스테이플스는 정말 도저히 이해가...-_-?

    얼음 신기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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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안녕하세요. 님의 블로그 언제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위에 청소기를 디자인한 폴란드 디자이너 Łukasz Jemioł는 '우카시 예미오우'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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