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일 수요일

열세 살 소년의 카세트 플레이어 리뷰

오늘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79년 7월 1일은 소니 워크맨이 처음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인 날이다. BBC 매거진은 이날을 맞아 Scott Campbell이라는 열세 살 영국 소년에게 일주일 동안만 지금 사용하는 아이팟 말고 워크맨(카세트 플레이어)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를 Scott이 받아들여 특정 연령대 이하는 공감하고, 그 이상은 웃을 수밖에 없는 사용 후기가 탄생했다. (난 특정 연령대 이하.. )

일단 Scott은 크기에 놀랐다. 아버지가 크다고는 말해줬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이팟 부피에 비하면 대충 네다섯 배 정도일 테니 놀랄 만도 하다. 워크맨을 허리춤에 차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고, 통학 버스를 타면 친구들이 놀려대다가 나중엔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내가 가장 재밌었던 건 다음 문장이다.

사흘이나 지나고 나서야 테이프가 (단면이 아닌) 양면이란 걸 알았어요.
It took me three days to figure out that there was another side to the tape.

아이팟과 워크맨. 본문과 관계 없음. photo by Saucef. (c) Some rights reserved.

그뿐만 아니다. 지금 어지간한 MP3 플레이어엔 다 있는 shuffle(랜덤 재생) 기능이 없어 Scott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건 되감기/빨리감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잘못하다간 카세트 테이프가 안에서 엉킬 수도 있다는 걸 아버지한테 듣고는 적잖이 놀란 눈치다. 아이팟에 수천 곡을 넣을 수 있지만, 워크맨으론 10곡 남짓 밖에 들을 수 없어서 테이프를 자주 갈아 끼워야 한다는 것도 Scott에겐 귀찮은 점이었다고 한다. 한편, 워크맨에도 나름대로 봐줄 만한 점을 발견했으니, 바로 헤드폰 소켓이 두 개라는 것과 집에 있을 땐 건전지가 닳을 걱정하지 않고 전원을 연결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서 참 다행이에요. 선택의 폭이 넓고 기능도 더 많거니와 기기는 훨씬 작으니까요. 또 제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기술이 이미 발달했다는 게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줄 모른답니다. 매일 이렇게 원시적인 장치를 쓴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Personally, I'm relieved I live in the digital age, with bigger choice, more functions and smaller devices. I'm relieved that the majority of technological advancement happened before I was born, as I can't imagine having to use such basic equipment every day.

그래, Scott. 신기하지? 하지만, 30년 뒤, 아니 20년 뒤쯤엔 너도 나처럼 격세지감을 느낄 거야. 그때쯤엔 어떤 기기가 나올까? 기기를 휴대할 필요 없이 내가 어딘가에 저장한 음악이 바로 무선으로 전송되는 이어폰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7년 뒤에 태어날 아이들이 열세 살이 돼서 아이팟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고 보자고. : )

UPDATE(2009.7.2, 오전 12:05) 기사 맨 아래 Scott Cambell이 Net New Daily의 co-editor라고 쓰였길래 "설마 어린나이에 그럴리가. 아버지겠지."라고 무심히 넘겼는데, 저녁에 알고 보니 이 열세 살 소년이 Crunch Gear에 기고도 한단다. ㄷㄷㄷ 네가 어린 나이에 수고가 많다.

Source: BBC Magazine


아이폰 액정 유리가 깨진 사람들 모임
인간 아이팟, 데렉 파라비치니
아이팟 충전을 증기 엔진으로
세관 직원들 크리스마스 선물이 짝퉁 iPod
하드코어적인 아이폰 분해


댓글 44개:

  1. 저도 학교 다닐적에 워크맨을 가지고 다녔는데..지금은 보기 힘드네요.

    집에 안쓰는 워크맨이 있기는 한데..작동이 될지..

    답글삭제
  2. 아이팟도 지금보니까 좋아보이지 20년뒤에 다시 봐봐라..

    답글삭제
  3. @JUYONG PAPA - 2009/07/01 14:46
    제 건 고장났더군요. 2000년대 초반까지 쓴 거 같은데. ㅎㅎ 주용인 아마 이런 거 모를테죠? 그녀석 크면 아이팟도 골동품이라며 신기하게 생각할 거 같은데. ㅋㅋㅋ

    답글삭제
  4. 전 그래도 저것보단 작은 워크맨을 썼는데 말이죠;;; 저건 좀 크기가 후덜덜하네요

    답글삭제
  5. @Ludens - 2009/07/01 15:30
    아, 위에 있는 사진 속 워크맨은 아니랍니다. 저건 그냥 제가 어디서 가져온 사진이고. 실제 워크맨 사진은 bbc 기사에 있어요. 그래도 크기는 비슷하지만요. ㅎㅎ : )

    답글삭제
  6. 어릴적의 로망 워크맨이 이렇게 천대받다니!!

    답글삭제
  7. 아이폿? 그런 걸 썼다고요? 저렇게 큰 장치를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스위치만 누르면 귓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소니 네트워크워크맨 NWS-007은 왜 안 썼나요?



    라는 인터뷰가 나올 그 날을 기다립... ㅎㅎㅎ

    답글삭제
  8. 여전히 mp3등 휴대폰..음악을 듣기 위해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오래전 워크맨을 들으니 새쌈 반갑네요

    운전하며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듣는것이 고작인데..무선으로 전송된다고 생각하니 기대되는걸요

    답글삭제
  9. 푸하! 내 어릴적 선망의 대상이었던 워크맨이 저렇게 천대를 받는단 말인가!

    저런 정품 워크맨은 비싸서 사지도 못했는데!

    답글삭제
  10. 창밖의 나무들은 수만년 전에도 저런 모양, 저런 기능이었을텐데,

    사람이 만든 것의 변덕이란...;



    잘 모르는 저로선 워크맨도 아직도 신기하기만 한 기술입니다.

    대단해...!

    답글삭제
  11. 10년 전 모델은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리모콘이 고장나기는 했지만.

    워크맨, CDP, MD 잘 보관해 놔야겠다는 생각이-_-;; 나중에 자식들에게 '아버지 어렸을 때 사용하던 음악 듣는 장치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ㅋㅋㅋㅋ

    집에 반쯤 고장난 20년 조금 안되는 CD카세트도 있긴 한데 ㅋㅋ 대왕 커다랗다능;; 더블데크+1CD인데...

    답글삭제
  12. ㅋㅋ 이거 참 ^^

    사람도 gadget도 세월은 어쩔수가 없나보네요 ^^

    답글삭제
  13. 소니꺼는 아니지만 10년전 파나소닉 워크맨 아직 작동중입니다 ㅋ MP3P 사용하다 쓰면 속터지긴 해요 ^^

    답글삭제
  14. 저도 워크맨.. 그땐 진짜 가지고 싶어서.. 쏘니꺼 사달라고 졸라댔는데 (...) 세월이 벌써- 흑흑

    답글삭제
  15. 참 세상 좋아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나름 간지(?)의 소유물이었던

    마이마이, 워크맨들은 추억의 기계가 되어버렸군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녹음한다고 허둥지둥댔던

    아날로그 시대가 그립긴합니다

    답글삭제
  16. 요즘도 워크맨 있어요~

    부모님이 가게에서 설교테잎 들을때 쓰시더라구요 ㅋㅋ

    답글삭제
  17. 한동안 많이 썼었는데~~ 오토리버스 기능이 없어도 좋아라 하고 썼었는데.. 요즘은 mp3cdp만 들고 다녀도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쳐다보던걸요? 불과 10년도 안되었는데~ ㅠ.ㅠ

    답글삭제
  18. 전 파나소닉 카세트를 가지고 싶어서 용돈을 모았던 기억이 나네요..^^

    답글삭제
  19. 워크맨은 구간반복 기능이!!!!

    답글삭제
  20. 사흘이나 지나고 나서야 테이프가 (단면이 아닌) 양면이란 걸 알았어요.



    .....피식했습니다.



    전 그 이상의 연령대인가봐요^^

    답글삭제
  21. @sticky - 2009/07/01 15:46
    워크맨을 버리고 아이팟 쓰신다는 거 다 압니다! ㅋㅋ

    답글삭제
  22. @궁시렁 - 2009/07/01 15:55
    그 인터뷰 주인공은 바로 궁시렁님 아들/딸. ㅋㅋ

    답글삭제
  23. @함차 - 2009/07/01 15:59
    저는 노트북이 mp3 플레이어라죠. ㅋㅋ

    무선 전송은 그저 제 바람일 뿐입니다. : )

    답글삭제
  24. 근데 아이팟이나 요즘 나온 모델들 보다 좋은 제품을 상상하기가 힘들어요. ㅎㅎ..

    그나저나 사흘이나 지나서야 알다니..

    카 오디오에 테이프 삽입구가 없는걸까요 -,-ㅋ

    답글삭제
  25. @mooo - 2009/07/01 16:00
    그러면서 정품 아이팟을 사진 않으셨나요? ㅋㅋ

    답글삭제
  26. @bkzzang - 2009/07/02 10:03
    이거슨 그 유명한 3M 양면 테이프!?

    답글삭제
  27. 첫 워크맨 기억이 아련히 나네요... 하루종일 좋아했었는데... 격세지감...

    답글삭제
  28. @odlinuf - 2009/07/02 00:57
    음하하! 아닙니다. 아이팟은 그저 바라만 볼 뿐입니다.

    나중에 나중에 아이폰이나 장만할까 합니다. :-)

    답글삭제
  29. 하긴 요새 십대들은 카세트 볼일도 거의 없겠네요. 저는 고딩때부터 라디오 녹음해놓은 테이프들을 아직도 못버리고 있는데.. 피씨로 인코딩해서 보관한다는걸 벌써 몇년째 미루고있네요 ㅋ

    답글삭제
  30.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답글삭제
  31. 저희집에도 어딘가에 워크맨이 있을텐데 못찾겠네요.

    며칠전에 막 필요했는데 말이죠 ㅎㅎ

    답글삭제
  32. 워크맨을 가슴 속주머니에 넣고 휴대성(?)을 자랑하던 시절이 생각나는데요.. ㅋㅋ

    답글삭제
  33. 저놈자식이 -_-

    뉴질랜드에서는 아직도 중고판매품 많습니다...;;

    답글삭제
  34. 이글 포스팅하셨네요.

    저런 사진은 또 언제 찾아다 모셔놓으신건지... 매번 하는 감탄이지만 오늘도 감탄하고 갑니다.

    답글삭제
  35. @mooo - 2009/07/01 16:00
    저는 이번에 맥북 팔아서 아이팟 장만하려고 했으니 뜻하지 않은 변수가 나타나 어지해야할지 고민고민합니다. T_T

    답글삭제
  36. @Mikolev - 2009/07/01 16:07
    헉.. 신기술에 맞춰 얼른 따라 오셔야 해요. ㅎㅎ

    답글삭제
  37. @odlinuf - 2009/07/02 22:41
    허허! 자판이랑 나사 다 풀어진 맥북을 누가 사가신답니까? :-)

    답글삭제
  38. @mooo - 2009/07/01 16:00
    그래도 좀 주지 않을까요? ㅋㅋㅋ

    답글삭제
  39. @mahabanya - 2009/07/01 16:13
    듣고보니 저도 잘 보관해놔야겠다는 생각이!

    CDP랑 MD는 사질 않아서 안돼겠고 워크맨은 잘 둬야겠어요. 그런데 일단 결혼부터 하고. ㅋㅋㅋ

    답글삭제
  40. @odlinuf - 2009/07/03 00:04
    아참, 아이팟은 이번 기회를 노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달리셔야죠!!

    답글삭제
  41. 크하 워크맨....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ㅂ^;

    답글삭제
  42. 13살이 수고가 많다~

    저도 워크맨 쓸줄이야 알지만...

    역시 전 CDP나 PMP가 편해요?!

    답글삭제
  43. 제가 무선으로 음앋이 전송된 이어폰을 만들께요라고하는 12세꿈나무(?)1人

    답글삭제